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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부 감시기능 없는 상장사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7 17:42

수정 2014.10.28 06:37

[기자수첩] 내부 감시기능 없는 상장사

'스스로 자신을 다스린다(?)'

수양을 쌓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본인을 돌아본다는 얘기도 아니다. 국내 상장사 경영진에 대한 얘기다. 한 상장사의 대표이사 또는 최대주주 등 경영진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사례가 이런 경우다.

대표이사는 회사 경영과 관련된 사안을 집행하는 사내 이사들의 대표다. 이사회는 이 같은 집행 사내 이사들을 관리감독하는 기구다.
결국 이사회 의장은 회사의 관리감독을 총괄하는 자리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다. 수많은 주주의 돈으로 경영에 임한 사람이 자신의 경영 내용을 직접 통제하고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한다는 것은 본인의 일을 직접 감독하는 형태이기에 경영에 대한 견제 및 감독 기능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상장사 내 설치된 감사위원회조차 최종 승인권자인 이사회 의장에 막혀 제 역할을 못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제조업체와 증권사 경영진 이사회 구성을 살펴보면 경영진이 스스로 이사회 의장을 독식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룹 회장이 계열사 이사회 의장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했고 사장이 이사회를 이끄는 것도 회사 직원들은 당연한 문화라고 느끼고 있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몇몇 상장사 관계자들은 "당연히 사장님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계시죠"라고 답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이들 상장사의 경우 사외이사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아니다. 사외이사는 이사진의 20% 규모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사외이사의 거수기 논란이 여전할 정도로 영향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이사회 의장까지 경영진이 직접 맡아버리니 사외이사들의 견제 역할은 실질적으로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물론 경영 효율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란 항변도 있다.
그러나 규모가 큰 회사의 경우 경영 효율화보다 신경써야 할 것이 경영 투명성이다. 과감한 경영 집행과 투명한 경영을 동시에 이룬 상장사의 주가 상승률이 그렇지 않은 상장사보다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상장사가 하나둘 생겨나는 것이 건실한 자본시장을 만들어가는 기초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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