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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2의 아스팔트 사나이’ 필요한 때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16 17:44

수정 2014.06.16 17:44

[기자수첩] ‘제2의 아스팔트 사나이’ 필요한 때

1995년 모터스포츠를 주제로 삼은 한 편의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강타했다. TV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영화 필름을 사용했고 이병헌, 최진실, 정우성, 이영애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했다. 대다수 국민이 자동차 경주에 관심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는 흥행에 성공했다. 액센트, 아반떼 등 친숙한 모델들은 경주차로 화려하게 변신했고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던 티뷰론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로부터 20년 뒤 한 편의 영화가 국내에 개봉됐다.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인 F1을 배경으로 한 실화 '러쉬, 더 라이벌'이다.
1970년대 F1 최고의 스타인 제임스 헌트와 니키 라우다가 주인공인 데다 페라리, 맥라렌 등 화려한 스포츠카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인기몰이엔 실패했다. 1주일 만에 막을 내린 곳이 많아 상영관을 찾기 힘들 정도였고 영화팬은 물론 언론에서도 거의 회자되지 못했다.

자동차 시장은 날로 커져가지만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바닥을 치고 있다. 국내에서 모터스포츠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때를 되짚어보자니 우습게도 '아스팔트 사나이'가 방영되던 1995년 외엔 기억나는 것이 없다. 국내 대중에게 모터스포츠란 재벌가나 연예인들의 사치스러운 오락거리일 뿐이다. 자동차 기술 발전과 모터스포츠는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고민해 볼 문제다.

모터스포츠를 부흥시키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기 안산 스피드웨이, 강원 태백 레이싱 파크,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써킷 등 하드웨어에는 투자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대중화는 번번이 실패했고 일부 경기장은 폐쇄됐다. 대중화의 핵심 요소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와 적절한 가격이다. 우리에겐 여전히 모터스포츠가 생경하다. 수십만원의 입장권 가격도 부담스럽다.

최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은 시설 운영사로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 광고사 이노션을 선정하고 모터스포츠 테마파크 재정비에 나섰다. 인제 스피디움은 지난해 모터스포츠 테마파크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개장했지만 운영권 다툼으로 한동안 개점 휴업 상태였다. 인제 스피디움 역시 '모터 스포츠 대중화' 카드를 내놨지만 획기적인 소프트웨어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
소설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경기장을 벗어난 콘텐츠 전략이 요구된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있다면 대중은 누군가를 응원하고자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제2의 아스팔트 사나이'가 필요한 때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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