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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사지체 늪에 빠진 금융권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01 17:30

수정 2014.09.01 17:30

[기자수첩] 인사지체 늪에 빠진 금융권

"한 조직의 리더가 없는데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리가 만무하지 않습니까. 다들 위쪽 입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장기화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공백에 대해 이 같은 푸념을 내놨다. 사실상 인사 결정권이 없는 기관 입장에서 관할 부처와 청와대의 결정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현재 2기 내각 구성 과정에서 CEO 부재를 겪고 있는 공공기관 및 공기업이 30여개에 달한다. 문제는 CEO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 사장직무대행을 두고 있는 일부 기관에서도 추후 책임이 따르는 경영상 중대한 결정을 쉽사리 내리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금융권에서도 공공기관 및 공기관 수장 부재에 따른 문제는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지난 1월 서종대 한국감정원장이 사퇴한 후 반년 넘게 CEO 부재를 겪고 있다. 그 사이 주금공의 주력업무로 꼽히면 전세자금대출 보증업무에 대한주택보증의 진출이 허용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이렇다 할 대응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SGI서울보증도 지난 6월 임기가 만료된 김병기 사장 후임이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의 CEO는 공모절차를 통해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청와대의 인사검증 과정을 거쳐 선임된다. 보통 공공기관 및 공기업 사장의 공모에서 선임까지의 기간은 3개월가량이지만,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등으로 일정이 미뤄지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지체 문제는 일부 민간단체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8월부터 회장 없이 지냈던 손해보험협회는 1일 장남식 신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1년 만에 기관장을 맞이했지만, 그간 협회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업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자회사인 IBK자산운용도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추천 인사를 금융위원회에 올렸지만 청와대에서의 검증절차가 길어지면서 지난 5월 이후 CEO가 공석인 상태다.

금융기관 이외의 인사지체도 금융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당초 5월 말로 예정됐던 인천공항 면세점 은행 사업자 입찰절차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은행권에서 업무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스스로가 세운 '관피아 피하기' 원칙에 얽매이기보다는 CEO 공백이 가져올 수 있는 후폭풍에 관심을 가질 때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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