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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파생상품 시장 규제와 성장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8 17:33

수정 2014.10.23 11:46

[기자수첩] 파생상품 시장 규제와 성장

"세계 9위 수준의 경제규모를 지닌 우리나라가 파생상품 1위라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시장은 충분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9위는 언제나 9위만 해야 합니까. 우리 손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시장을 무너뜨리는 건 맞지 않습니다."

최근 파생상품 시장 규모와 규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금융당국과 거래소 담당자가 각각 한 말이다.

71경원. 섣불리 감이 오지 않는 이 숫자는 글로벌 파생상품 시장 규모다. 파생상품은 원래 채권·통화·주식·원자재 등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가격이 미래에 크게 오르거나 떨어질 경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금융상품이다.

이후 파생상품 자체가 투자의 목적이 되면서 단기 차익을 얻기 위한 투자가 급증했다.


이 때문에 파생상품은 미리 제어해 놓은 시스템 기준을 넘어설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히기도 한다. 지난해 한맥투자증권의 주문 실수로 인한 수백억원대 손실이 한 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고민이 있다. 시장 규모와 성장성을 감안하면 적극 시장 확대를 유도해야 하지만 자칫 피해를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파생상품 시장 참여자의 교육 및 자산기준을 부여하고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진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은 지나친 규제는 시장의 성장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일관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당국의 규제 강화로 세계 최고수준의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9위권으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상반된 듯한 양측의 입장은 사실 하나의 결론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 파생상품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높고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금융당국은 투자자 제한을 통한 리스크 강화를, 시장은 자유경쟁을 통한 성장을 내세우고 있다는 차이다.

사실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최근 파이낸셜뉴스가 개최한 제12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에서 한 참석자의 발언이 하나의 방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월드컵을 빗대면 파생상품 규제의 역할은 경계를 설정해 모든 참가자가 공평하게 경쟁하는 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규제자의 역할은 이 경계 안에서 경기장을 벗어나거나 부적절하게 행동하면 징계를 내리는 수준에 머물러야 합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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