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한국증시로 몰려오는 외국기업,왜

안만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29 18:03

수정 2009.04.29 18:03



국내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다.

자금조달이 힘들고 거래가 불투명하며 불안전한 신흥시장에서 안정적이고 투명하며 자금조달도 용이한 선진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에 상장했거나 상장을 준비 중인 외국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은 국내 증시의 ‘레벨업’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기업 국내 증시 상장 추진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영국의 엠비즈글로벌이 대우증권과 대표주간사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 증시 상장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는 첫 영국 기업인 엠비즈글로벌은 2005년 설립된 기업으로 단말기 탑재용 지급결제 솔루션을 주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판매 단말기에 솔루션을 공급해 왔다. 이 회사는 2006년 153만7987파운드(약 32억원), 2007년 879만2436파운드(약 182억원), 2008년 1300만파운드(약 260억원)의 매출을 나타냈고 올해는 약 400억원의 매출액이 예상된다.
현재 영국 본사와 한국지사, 싱가포르 법인 및 베트남, 이집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러시아와 중국에도 사무소를 신설할 예정이다.

엠비즈글로벌은 상장 준비가 마무리되는 올 하반기에 예비상장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후 영국 기업 1호로 한국 증시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증시의 문을 두드리는 외국 기업들이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중국 일색에서 벗어나 일본, 영국,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이 국내 증시 상장 준비를 밟고 있다.

외국 기업 중 국내 증시 상장이 가장 활발한 곳은 중국 기업들이다. 이미 3노드디지탈, 중국식품포장, 연합과기, 코웰이홀딩스, 화풍집단 KDR 등 5개 중국 기업은 국내 증시에 상장했다. 오는 5월 중에는 중국원양자원유한공사, 차이나그레이트스타인터내셔널리 등 2개 중국 기업이 상장할 예정이다.

또 일본 기업 중에서는 온라인 광고중개 및 모바일 콘텐츠 업체인 네프로아이티가 오랜 준비 끝에 지난 24일 상장됐다.

여기에 미국 기업인 뉴프라이드가 골든브릿지증권과 주간사 계약을 맺고 상장준비 절차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10여개 외국 기업이 국내 증권사와 주간사 계약을 맺거나 상장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 주식인수부 박재홍 부장은 “최근 유럽 및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이 한국 증시 상장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현재 2∼3개 기업과 대표주간 계약 체결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선진 증시 문턱에 온 국내 증시

국내 증시가 한 단계 도약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자금조달 기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시장 규모도 커지면서 선진형 증시로 진입했고 그 과정에서 부수적인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 외국 기업들의 상장이라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은 국내 증시가 그동안 성장한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주가가 싸다 비싸다는 논란은 있지만 밸류에이션이 선진국 대비 디스카운트를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또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화된 것도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해외 시각을 우호적으로 바꾸는 데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거나 국내에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인 외국 기업들 중에서 국내 증시 상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다.


여기에 세계 각지에 흩어진 한상(韓商)들이나 동포 사업가들이 해외보다는 국내 증시 상장을 선호하는 것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밖에 국내 증시 상장비용이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에 비해 30% 이상 적게 든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들이 한국 증시 상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국내 주식시장이 향후 선진국 증시에 편입될 예정인 가운데 상장 유지비용이 타국가 주식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 흐름도 긍정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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