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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부인이 돌아온다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03 16:54

수정 2013.01.03 16:54

와타나베 부인이 돌아온다

한국 증시와 '와타나베 부인(엔 캐리 트레이드)'의 스캔들이 무르익고 있다. 최근 엔화값 하락으로 인해 그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지난 2000년대 중반엔 와타나베 부인(엔 캐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스미스 부인(달러 캐리)의 한국 증시 사랑이 각별했다. 여기에 '왕씨 부인'으로 불리는 차이나 머니(중국계 자금) 등 바깥 나라 '부인'들이 우리 증시를 기웃거리다 보니 이런 말이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캐리 트레이드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추가 유동성이 공급되겠지만 원화 자산가격 상승, 외채 증가 등의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와타나베 부인이 돌아온다

■증시-와타나베 부인 재회하나

최근 와타나베 부인의 기세가 강해지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통화가치와 조달금리를 평가해 만든 원·엔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지수는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142.17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엔을 빌려 원화 표시자산에 투자하는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펀드시장 리서치 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는 지난해 일본의 주식형펀드로 76억27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밝혔다. 반면 신흥시장 4개 펀드군에는 515억60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한국 관련 4개 펀드군에 710억3500만달러가 유입됐다.

하지만 일본계 자금의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시에 들어온 일본계 자금은 1650억원(지난해 11월 말 기준 순매수)이다. 보유상장 주식 규모는 6조3730억원(보유 비증 1.6%)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했다. 외국인 투자를 주도하는 미국계나 유럽계 자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금리 차 확대되는 1분기 본격화

과거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어느 시기에 얼마나 유입됐는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엔 캐리가 활발한 시기에 높은 수익을 좇아 차익거래에 참여하는 일본 투자자(일명 와타나베 부인)들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와타나베 부인은 언제쯤 우리 증시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딜까.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0~0.1%로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엔화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엔 캐리가 활발했던 2004~2007년과 유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그 시기는 금리차가 확대되는 1·4분기 후반으로 예상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일본 아베 정권 출범으로 일본은행의 양적완화가 추가로 강화될 여지가 있다. 이는 유동성 측면에서 엔 캐리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단기적으로는 상대적 원화강세 컨센서스를 높이는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통화 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다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 캐리 트레이드의 주요 목적지인 신흥국 및 그외 일부 고금리 국가들이 핫머니의 유출입에 자극받아 자칫 글로벌 통화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와타나베(Watanabe) 부인은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투자자들을 일컫는다.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외화로 환전한 뒤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중.상층 주부 투자자들을 지칭한다.
일본의 개인 외환투자자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확장해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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