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상장폐지 앞두고 ‘깡통계좌’ 줄이어

김기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4.12 16:55

수정 2013.04.12 16:55

지난해 결산 관련 증시 퇴출 기업이 늘어나면서 개미들의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일 등락 제한폭이 없는 정리매매 기간 자칫 폭탄돌리기가 진행될 수 있어 '머니게임'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2사업연도 12월 결산법인 중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8개사, 코스닥시장 21개사 등 총 29개사다. 이는 지난해 22개사보다 7곳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다함이텍, 한일건설이 15일까지 정리매매 기간을 거쳐 16일 증시에서 퇴출된다. 다함이텍은 최근 2년 연속 매출액 50억원 미만 사유가 발생해 증시퇴출이 확정됐다.
정리매매 기간인 12일까지 12.6% 하락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현재 현금성자산 720억원 등 순자산 29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자본총액도 납입자본금의 14배에 달하는 2910억원에 달해 우량 상장사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재 이 회사 최대주주인 안흥수 회장을 비롯해 다함레저 등 특수관계인 비중이 60%에 달해 고의적으로 회사를 상폐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소액주주 비중은 17.47%(69만6665주)지만, 주주수는 전체 주주의 99%에 해당하는 1202명에 해당한다.

같은 날 상장폐지되는 한일건설(자본전액 잠식 사유)은 정리매매 기간에 90% 급락했다. 현재 소액주주 비중은 12.84%(442만1183주)이며, 주주수는 98.48%(2077명)에 달한다. 현재 계열사인 한일시멘트를 비롯해 임원 등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비중이 60.36%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정리매매 기간에 소액주주들이 주식을 헐값에 처분하면, 이를 손쉽게 매수해 수천억원을 현금화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의 상황은 더욱 안 좋다. 이날 최종 상장폐지된 삼우이엠씨, 휴먼텍코리아, 이디디컴퍼니는 지난 11일까지 진행된 정리매매 기간 90% 이상 폭락세를 보였지만 소액주주 비중이 각각 73.49%, 68.85%, 97.44%에 달한다.

오는 23일 퇴출되는 아큐텍은 정리매매 첫날 91% 급락하면서 731원이었던 주가가 60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유에이블 역시 89% 급락하면서 주가가 50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엠텍비전과 마이스코, 한성엘컴텍은 전날 감사의견 거절에 대한 사유해소 확인서를 제출하지 못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됐다. 앞으로 7일 이내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이 없을 경우에는 정리매매를 거쳐 증시에서 사라지게 된다.

또한 위다스, 지앤에스티, 우경 등은 최근 상장폐지 이의신청서를 제출해, 거래소로부터 회생 여부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코스피보다는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의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상폐에 따른 피해액은 더욱 크다"며 "문제는 정리매매 기간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장중 100% 넘는 변동성을 보이며 폭탄 돌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물론 정리매매를 마치고 증시에서 쫓겨난다 해도 이후 인수합병(M&A)이나 회생 절차에 따라 장외 거래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회생 가치가 크지 않은 한계기업들이기 때문에 감자 등을 통해 투자자들의 손실이 재차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kiduk@fnnews.com 김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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