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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말잔치인가.. 성장동력인가] (2) 한류, 경제효과 대박? 한국 혼자 만든 거품!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9 17:04

수정 2014.10.24 20:23

[한류, 말잔치인가.. 성장동력인가] (2) 한류, 경제효과 대박? 한국 혼자 만든 거품!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 '거품'이 끼었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 가요나 드라마 등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그 뚜껑을 열어보면 이런 인기가 실제 콘텐츠 업체들의 실적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기대 이하'라는 분석이다. 한류의 경제적 효과를 말할 때 기본이 되는 데이터는 문화 콘텐츠 같은 한류와 직결되는 매출이다. 이 매출이 오르면 한국 상품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져 다른 제조품의 판매도 따라서 올라간다는데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한류를 통한 경제적 실익을 크게 기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만 국한되던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는 이제 첫걸음을 디딘 수준인데다 한국 음악이나 드라마를 즐기는 계층의 소비가 실제 콘텐츠 업체의 실적으로 연결되기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별그대' 실익≠주가 256%↑

29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주인공 김수현의 소속사 키이스트 주가는 연초 1220원에서 지난 6월 5일 4350원으로 무려 256.56%(3130원) 급등했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愛奇藝)'에서 '별그대'의 조회 수가 25억회를 훌쩍 넘어섰다는 소식이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에서의 '별그대' 인기가 하늘을 치솟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면서 심지어 증권사 리서치센터(HMC투자증권)에서조차 '치맥주(株)'에 대한 보고서가 발행되기도 했다. 앞서 '강남스타일'로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는 물론 빌보드차트 수위권에 들었던 가수 '싸이(Psy)'에 이어 '별그대'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하는 것만큼 이들 기업이 실제 한류에 따른 경제적 수혜를 누리고 있는지 여부다. 물론 이들 기업이 금감원에 신고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해외 매출 비중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키이스트의 경우 지난 2011년 수출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42%(94억원)에 그쳤지만 2013년 67%(466억원)로 3년 새 껑충 뛰었다.

하지만 키이스트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11년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했던 이 회사는 2013년 영업손실 55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2013년 당기순손실 역시 66억원으로 장사를 해서 남는 게 없었다. 주식시장에서 올해 최고의 '한류주(株)'로 일컬어지던 이 회사의 실상은 적자결산이었다.

■YG·SM 해외매출 제조업체보다 낮다

한류에 따른 경제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비단 키이스트뿐 아니다. '싸이'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나 아이돌그룹 '소녀시대'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등 국내 양대 연예기획사의 해외 매출 비중도 내수와 비슷한 수준에 그친다. 콘텐츠 산업이 한류를 타고 협소한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 진출했다고 하기에는 무색한 수준인 셈이다.

한 증권사 엔터테인먼트 담당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이제 걸음마 수준인데 비해 현재 시장에서 인식하는 수준은 이미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 등 국내 대표 수출기업의 눈높이까지 올라왔다"며 "현재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고 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싸이 정도로 이 역시 연예기획사나 현지에서의 계약 조건 등 탓에 기획사가 벌어들이는 실제 순익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실제 YG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56%(655억원)를 수출을 통해 올렸고, SM은 이보다 낮은 52%(856억원)의 매출을 해외에서 기록했다. 물론 지난 2011년 YG(전체 매출의 수출비중 41%), SM(44%)에 비해선 해외 매출이 크게 증가한 수치지만 여전히 국내 제조업체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수출을 통해 전체 매출의 61%(25조5191억원)를 벌었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담당 연구원 역시 "현재 주식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한류열풍에 따른 연예기획사 등에 대한 기대감은 과도한 수준"이라며 "현재 이들 연예기획사들이 한류를 통해 벌어들이는 해외매출의 대부분이 일본이나 중국 등 현지에서 진행하는 콘서트 수입에 국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기대감은 '호들갑'이라는 설명이다.

특별취재팀

[한류, 말잔치인가.. 성장동력인가] (2) 한류, 경제효과 대박? 한국 혼자 만든 거품!


"15년 동안 연예인 생활을 했는데 2주 만에 무너졌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에서 인기가 급락한 주인공 천송이가 한숨을 내쉬며 하는 말이다. 제아무리 톱스타라고 해도 한 방에 갈 수 있는 게 연예계다. 가수나 배우를 상품으로 내세운 엔터테인먼트기업의 주가 역시 다르지 않다. 한류의 첨병으로 여겨지는 드라마와 대중음악이 갖고 있는 취약성은 곧 한류의 취약성이기도 하다. 한류 흥행에 들떠 있기보다는 리스크 관리와 지속성을 확보할 방안을 찾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지난 1일 YG엔터테인먼트가 뒤집어졌다. 소속 아이돌 그룹 2NE1의 멤버 박봄이 마약류인 암페타민을 몰래 들여오다 적발됐던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회사 측 해명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진 덕분에 주가는 오름세로 마감했지만 YG엔터테인먼트는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한 차례 전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상장을 앞두고 있던 YG엔터테인먼트는 돌연 상장을 연기했다.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의 대마초 흡연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지드래곤의 빅뱅은 YG엔터테인먼트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다. 2010년 말 기준 가수별 매출 비중은 지드래곤이 속한 빅뱅이 41%였으며 빅뱅의 유닛이 23%를 차지했다.

지난 6월 23일엔 JYP엔터테인먼트 주가가 하루 동안 5.86% 급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일일 낙폭으로 치면 지난 2011년 9월 6일(-8.12%) 하락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동생 유병호씨가 횡령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유병호씨가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인 가수 박진영씨의 장인이란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도 예외가 아니다. 인기 절정인 12인조 남성 아이돌 엑소(EXO)의 멤버 크리스가 SM을 상대로 전속계약을 무효로 해 달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지난 5월 15일 이 회사 주가 역시 5.82% 하락했다.
이날 하루 동안 SM엔터테인먼트가 허공에 날린 시가총액만 약 600억원에 달했다.

김수현 덕분에 주가가 두 배 이상 급등한 키이스트 역시 별 수 없었다.
별그대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 헝다그룹의 광천수 '헝다빙취안(恒大氷泉)'의 광고모델로 발탁됐는데, 헝다그룹이 이 생수의 원산지를 백두산의 중국식 표기인 '창바이산(長白山)'으로 표시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6월 초 4000원이 넘던 주가가 6월 24일 3165원까지 하락했다.

특별취재팀 김홍재 특파원 최경환 안승현 박소연 김용훈 연지안 조지민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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