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M&A 넘치는 ‘대어’..제값 못받을라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9.15 17:38

수정 2014.11.05 11:53



하이닉스, 대우건설, 금호생명 등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대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초과공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래간만에 대형 매물들이 시장에 나왔지만 덩치가 만만치 않고 인수대상 기업도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특히 M&A 물량을 연달아 내놓으며 정부와 채권단이 공적자금 회수에 조급증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이 이들을 소화하기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헐값매각이나 자칫 우량기업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 팔아야 하는 과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M&A가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기업만도 금호생명, 하이닉스,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동부메탈, 쌍용건설, 대우조선해양 등 줄잡아 10곳에 이른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지난주 이미 하이닉스 매각안내문 발송을 완료했으며 올해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라며 “국내 기업 4∼5곳이 관심을 보인 터라 안내문 발송은 국내에 국한했고 앞으로 해외 기업들에까지 범위를 확대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 SK, 한화 등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이번 하이닉스 매각관련 안내문을 받았지만 시장에선 하이닉스를 인수할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룹 내 기존 사업과 시너지효과가 크지 않고 최근 주가 상승으로 하이닉스를 인수하기엔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6700원에 거래되던 하이닉스 주가는 정보기술(IT) 실적 ‘훈풍’을 타고 15일 종가 기준으로 2만650원까지 상승했다.

현재 시장에선 하이닉스를 인수할 만한 대상군으로 LG그룹과 현대중공업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LG의 경우 대기업 중 하이닉스 인수로 가장 큰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게 시장의 관측이었지만 구본무 회장은 “하이닉스는 관심없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현재 강력하게 추진 중인 태양광사업에 하이닉스가 ‘효자’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시장의 분석이다.

A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해외 기술유출 우려 때문에 해외 매각은 쉽지 않고 국내 인수자를 찾는 것도 가격협상에 어려움이 예상돼 자칫 경영권 프리미엄도 못 받고 파는 우를 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역시 국내에서 ‘새 주인’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대우건설 M&A에 비밀유지동의서(CA)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한화의 경우 김승연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 입찰 참가’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B증권사 건설 담당 연구원은 “사업부문별로 분리매각을 하면 거래가 수월해질 수도 있겠지만 기업가치 하락 때문에 매도자 입장에선 분리매각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건설은 지주사 역할도 하고 경기 변동에 따라 그룹 성장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업종이어서 군침을 흘릴 만도 하겠지만 문제는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다수의 CA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해외 업체로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외 건설사들은 주로 설계수수료만 받고 실제 시공은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아 대우건설과 같이 주택·토목·플랜트 등 다양한 시공능력을 갖춘 기업을 인수해 이익 극대화를 모색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칸서스자산운용 사모투자펀드(PEF)와 단독으로 양해각서(MOU)를 맺고 매각에 급물살을 탔던 금호생명도 MOU 기간을 이미 지난 6월 말로 훌쩍 넘기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칸서스자산운용 김영재 회장은 “금호그룹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협상은 잘 진행될 것”이라며 “MOU 기간은 지났지만 단독으로 협상을 했기 때문에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금호 측은 금호생명 매각으로 최대 1조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매각가는 4000억원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어서 M&A시장의 험난한 미래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한 증권사 지주사 담당 연구원은 “정부 입장에선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민영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 금융위기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정부 뜻대로 이들 M&A 물량에 적극 뛰어들 여지가 많지 않은 실정”이라며 “특히 유동성이 풍부한 일부 기업조차 투자에 보수적이고 또 출구전략도 예정돼 있어 기업들은 당장 현금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M&A 시장의 험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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