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1조 쥐락펴락..여의도 ‘매미’를 아시나요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19 17:03

수정 2013.05.19 17:03

1조 쥐락펴락..여의도 ‘매미’를 아시나요

#1. 서울 여의도 한복판의 S빌딩. 전 증권사 리서치 팀장과 또 다른 증권사 전직 리서치 직원 2명, 투자권유대행인 2명 등 총 5명이 99㎡(30평) 규모의 사무실에 유사투자자문사를 차렸다. 2개의 방에선 주식매매를, 거실에선 자신들이 탐방한 회사 관련 정보를 교류한다. 이들 5명이 끌어모은 운용자금은 20억원 정도다.

#2. 증권사에서 투자권유대행을 했던 A씨. 구조조정에서 명예퇴직된 이후 S빌딩에 마련된 유사투자자문사에 참여했다. A씨가 하는 일은 사무실 직원들이 분석한 자료와 종목 등에 대한 호재를 메신저로 뿌리는 일로 속칭 '메돌이(메신저 돌리는 이)' 역할이다. 일면식도 없는 투자자에게도 메신저를 뿌려 해당 기업이 주목을 받도록 해 주가를 올리려는 의도다.

최근 전직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등으로 구성된 유사투자자문사 등 투자집단이 난립해 특정 빌딩으로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다. 그 규모만 해도 7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서울 여의도 S빌딩에 자주 모인다는 이유로 'S자산운용'으로 불린다. 펀드'매'니저 출신 개'미'(전업투자자)의 약자인 '매미투자자'들도 모여들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들 '매미'들이 굴리는 자금 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일부 '매미'들이 유사투자자문사로 신고하지 않은 채 고객의 돈을 투자받아 굴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자칫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의 핵심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투자권유 자격증 없이 활동했던 전직 증권사 직원들이 무리하게 투자를 권유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사례도 있어 자칫 시장 교란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금융당국은 현황 파악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전·현직 제도권 운용 인력에 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보팀도 가동… 서로 교류도

구조조정 여파로 회사를 떠난 리서치센터와 투자은행(IB)부서 출신인 '매미'들은 그동안 쌓은 투자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가 무기다. 일반 개미투자자와는 다른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미들은 인맥을 바탕으로 한 탐방에 기반을 두고 투자에 나선다.

최근 S빌딩에 사무소를 차린 전직 증권사 애널리스트 B씨는 "회사를 탐방해 직접 얻은 정보 위주로 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탐방한 결과를 증권사 정식 리포트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 원하는 투자자에게 메일링 서비스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이 횡보하면서 정보팀 가동도 필수요건이 됐다. B씨는 "시황이 어려워지면서 수익률도 낮아지자 주변 지인들에게 얻은 정보를 듣고 투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일종의 정보팀을 만들어 매일 자신들의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자금력 수준은 제도권과 비교할 때 밀리지 않는다는 평이다. 일부 매미는 업계에서의 화려한 이력을 바탕으로 자체 자금 외에 돈을 끌어모아 수백억원대 자금을 굴린다.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이력을 갖춘 전업투자자 4~5명만 모이면 200억원까지 운용할 수 있을 정도"라며 "이런 오피스텔을 모두 합치면 제도권 기관투자가의 매물을 거의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 동원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 능력 또한 현직 펀드매니저 수준을 넘어선다. 제도권 펀드매니저가 10%룰 등으로 제약을 받는 반면 이들은 걸림돌이 없기 때문이다.

■양날의 칼, 매미

매미들의 투자활동은 일종의 '양날의 칼'과도 같다는 지적이다.

증권사들 입장에선 이들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돈을 굴려주고 거래실적 향상에도 도움을 주는 터라 일부 증권사 영업담당자들은 해당 오피스텔로 찾아가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일선 영업지점 증권사 직원은 "시중에는 굴릴 수 있는 자금이 무궁무진한 만큼 매미들은 기존 증권사의 밥그릇을 뺏는 존재가 아닌 새로운 고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국에서 이들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제보 등으로 불공정 거래를 파악하지만 실태 파악은 불가능하다는 전언이다. 매미들이 모이는 S빌딩은 외부인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어 갑작스러운 금융당국의 검사 등에 대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기가 높다.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실 관계자는 "유사투자자문업자로 신고를 했어도 불특정다수가 아닌 특정인과 1대 1로 거래를 하면 불법 자문업이 될 소지가 크다"면서도 "시장 참여자들이 워낙 많아 이들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길거리에 신호위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추산하는 것과 같은 격"이라고 말했다.

특히 허가 없이 투자자문에 나서거나 사적계약을 통해 투자권한을 맡기는 일임매매에선 문제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수익률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경험 많은 매미들은 주가 조작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정보팀을 가동하는 매미들의 특성상, 자신들이 다루는 종목에 대한 호재를 부풀려 불특정 다수에게 메신저를 돌리는 '메돌이'가 요주의 대상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수익률이 높아야 자금 유치가 쉬워 무리한 방법으로 수익률 확충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며 "자칫 메신저를 이용한 주가조작 등에 연루될 수 있어 당국에서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김학재 김용훈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