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대체거래소 ‘5%룰’ 적용땐 수입 고작 55억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31 03:50

수정 2014.11.04 12:56

#. 자본시장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할 대체거래소(ATS) 시장이 제대로 꽃 피우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들 간의 경쟁과 상생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쟁은 유도해야 하겠지만 지나친 규제완화와 무임승차에 따른 출혈경쟁은 막아야 한다는 것. 특히 검증 없이 규제만 풀어 '덩치 큰 비만아'를 만든다면 국내 시장이 전문성을 갖춘 글로벌 ATS업체들의 먹잇감이 돼 고스란히 안방을 내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ATS에 대한 업계의 불참 압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책당국이 규제완화 카드를 쓴다면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시장안팎의 지적도 나온다.

■5%룰 시장 안정 위한 데드라인

논란의 중심에는 이른바 '5%'룰이 있다.

지난 6월 14일 입법예고된 개정 시행령은 ATS 거래 한도를 △과거 6개월간 ATS 경쟁매매에 따른 일평균 거래량 또는 거래금액이 전체 거래의 5% 이하 △특정 종목 거래의 10% 이하로 규정했다.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5%가 적정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입법 예고 기간이 끝나고 오는 8월 2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수익성을 맞추기 힘들다는 이유로 딴생각을 하고 있다. 먼저 5% 제한 자체를 없애 한국거래소(KRX)와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ATS거래 비중 한도를 최대 20~40%까지 높여야 사업성이 있다는 다소 완화된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금융투자협회는 20%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KRX 주식거래 수수료 수입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1091억원. 여기에 5%를 적용하면 증권사가 얻게 될 연간 수수료 수입은 55억여원이다.

해외 시장에 비해서도 허용 범위가 좁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시장처럼 국내도 초기 규제를 풀어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등에서는 20~50%까지 상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잣대를 그대로 국내 시장에 적용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덩치가 워낙 크고 세분화돼 있어 시장 경쟁이 가능해 적용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것. 이 때문에 시행령을 만들 때도 해외의 ATS 거래량과 시장 규모 사례 등을 충분히 감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거래소 측은 "선진 사례와 국내 시장 규모를 감안해 만든 시행령인 만큼 ATS의 거래소 전환 비율을 완화할 경우 과도한 시장분할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또 거래 비용 상승과 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어 투자자나 시장 모두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임승차에 대한 지적도 있다. ATS 시장에 참여하는 금융투자업체들은 매매 체결만 하게 된다. 거래되는 종목들의 상장, 공시, 시장감시, 정보제공, 청산 및 결제 등 나머지 거래 전반에 대한 업무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거래소가 제공한다. 텃밭(ATS 인프라)은 거래소가 만들고, 업계는 곡식(ATS 거래 수익)만 거둬 가는 모양새인 셈이다.

규제를 풀 경우 국내 업체들 간 과당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제살 깎는 수수료 경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또 글로벌 대체거래소 전문회사인 차이엑스(Chi-X) 등과 같이 경험이 풍부한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에 밀려 고스란히 안방을 내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5% 규제 완화 실효성 의문

업계는 금융위의 생각이 바뀌길 기대한다.

ATS시장 참여를 준비 중인 A사 한 관계자는 "5%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 업계는 다른 변화를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라면서 "그렇다고 아예 손놓고 기다릴 수도 없어 해외 사례와 정보기술(IT) 비용을 갖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있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적자를 낼 것으로 보여 기준 완화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거래소 한 관계자는 "경쟁은 환영한다"면서 "최소한의 룰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비용상승 등으로 투자자나 시장참여자 모두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실제 시장 점유율 5%가 넘어갈 경우 ATS가 아닌 정식거래소로 인가 받으면 되는 사항이라는 것.

금융감독당국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금융위는 "'5% 룰' 완화도 업계 전체가 아닌 일부의 주장일 뿐이다. 제도 시행 과정에서 실제 시장 점유율 5%가 넘어갈 경우 ATS가 아닌 정식거래소로 인가 받으면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입법 기관인 국회도 반대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 한 관계자는 "'5%'룰을 완화한다고 거래가 늘고 시장이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시장 규모가 다른데 미국 등 선진시장과 똑같은 방식을 적용한다면 ATS시장이 꽃도 피기 전에 시들어 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의 학계 관계자는 "업계가 불공정거래 같은 시장감시 등의 부담이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금융당국도 정책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내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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