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회사채 만기 갈수록 더 짧아진다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9.10 03:03

수정 2014.11.03 14:40

회사채 만기 갈수록 더 짧아진다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확대된 가운데 신규 발행분의 평균 만기가 더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가들이 5년 만기 이상 회사채를 잘 받아주지 않아 장기물 발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 기준 5년 이상 회사채 만기 비중은 34.81%였다.

5년 비중은 연초 64.69%에서 지난 6월 68.53%까지 상승했다. 반면 1년~3년 미만 회사채 비중은 17.06%로 연초 6.94%에 비해 비중이 3배 가까이 늘었다. 3년에서 5년 미만 비중도 연초 27.69%에서 지난 7월 47.01%까지 상승했다.


연초만 해도 장기물 비중이 높았던 것은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5년 만기 이상 장기채를 잘 받아줬기 때문이다. 장기물의 연수익률이 단기물보다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발행사에 단기물 대신 장기물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추세가 꺾이며 다시 평균 만기 3년대로 떨어졌다.

결정적 요인은 지난 6월 말 STX팬오션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다. STX팬오션 사태 후 회사채 투자심리가 급랭했고 다른 기업의 부도 가능성 등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더 이상 장기물을 받아주지 않게 된 것이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웅진 사태, STX팬오션 법정관리 이후 연기금, 보험사 같은 회사채 '큰손'들이 단기물을 더 선호하고 있다"며 "한 치 앞도 내다 보기 힘든데 어떻게 5년 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받아주겠느냐는 인식이 기관투자가 사이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한 LG전자는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 6월에 이미 2년·5년·7년물로 1000억원씩 총 3000억원의 공모 회사채 발행을 마쳐야 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채권시장의 변동성에 발행시기를 미뤘고, 계획을 수정해 장기물인 5년물과 7년물을 목표했던 규모의 절반인 500억원으로 줄여 뒤늦게 수요예측을 실시해 흥행몰이를 했다.

대표주관사만 선정해놓고 시장만 보는 기업도 있다.

아직 수요예측을 실시하지 않은 회사는 총 9개사로 등급별로는 AAA등급(KT), AA등급(연합자산관리, 네이버, 삼천리, 롯데케미칼) 4개사, A등급(포스코플랜텍, 두산, 한미약품, 동원F&B) 4개사 등이다.

공모시장이 위축되자 아예 다른 방향으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도 보인다.

CJ대한통운은 7월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증권신고서를 내고 3년물 기업어음(CP)을 찍었다.


8월 들어서는 연합자산관리, 대우조선해양, 케이티렌탈이 각각 1400억원(만기 2년), 4000억원(만기 3년), 1000억원(만기 3년) 등의 기업어음증권에 대해 증권신고서를 공시했다. 신고서 작성 의무에도 불구하고 수요예측을 실시하지 않아도 되는 점 때문에 장기CP발행을 선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AA급으로 우량채 대접을 받는 기업들까지 장기물 발행을 취소하거나 줄인 것은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심리를 잘 반영하고 있다"면서 "A급 이하 회사채는 아예 3년물 이상 발행을 꿈꿀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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