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3多3無 한국증시, 탈출구 안보인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10 17:25

수정 2013.11.10 17:25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대변하는 자본투자시장이 '규제의 덫'에 갖혀 고사 위기에 빠졌다. 여러 규제에 발목이 묶인 채 신시장을 찾지 못하고 신뢰를 잃고 있는 게 현실이다. 쏟아지는 규제에다 증권사와 감독기관은 많은데, 정작 필요한 혁신과 자율성, 신뢰는 없는 형편이다. 3다(多) 3무(無) 시장인 셈.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식 거래량 감소, 신시장 부재 등 구조적인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자본투자시장을 살리려면 과도한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세수 확보를 위한 파생상품 거래, 차익거래 등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간접 규제와, 자본투자시장을 투기판으로 취급하는 식의 부정적 인식이 문제란 지적이다.

최경수 한국거래소(KRX)이사장은 지난 9일 기자들과 청계산 산행을 함께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은 물론 국내기관투자가들도 규제가 덜한 일본, 중국, 홍콩 파생상품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거래대금이 대폭 줄어든 마당에 국내 투자자마저 외국시장에 빼앗기면 한국증시는 더 큰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을 것"이라고 작금의 시장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파생상품시장을 키우고 있는데 비해 국내시장 규제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파생상품 시장 위축은 규제 역작용이 그대로 나타난 대표적 사례다. 파생상품 시장은 한때 세계 1위 자리에서 10위권으로 추락했다. 지난 10월 코스피200선물 하루 평균 거래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인 15만계약 수준으로 줄었다. 현물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과거의 절반 수준인 하루 평균 3조∼4조원에 머무르고 있다. 선물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국내 창구를 통한 파생상품 투자가 쪼그라들자 아예 관련부서를 규제가 덜한 홍콩 등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본투자 시장의 '3다, 3무' 현실을 금융투자업계는 물론,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풀 수 있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한정된 시장에서 60여개 증권사가 한목소리를 내기도 어렵고, 감독기관은 국회와 정부에 이리저리 치여 업계가 요구하는 시장 역동성을 커버하기엔 힘겨운 실정이다.

업계도 이 같은 현실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기업어음(CP) 부정 판매, 주식워런트증권(ELW) 불법 거래 등 증권사가 연루된 금융사고가 꼬리를 물면서 시장변화를 주도할 만한 역량과 에너지를 상실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투자은행(IB)의 성공적인 육성, 기관투자가 및 기업 연금자산 활용,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기준 완화, 파생상품 규제 완화, 증권사 인수합병(M&A) 유도 등 저금리, 저성장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금융투자업계에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투자수요 기반을 확대하고 플레이어들의 역량을 높이는 등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태종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자본투자시장이 선진시장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규제 완화 기조로 가야 한다는데 공감한다"며 "자본투자업계 등과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김학재 김경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