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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규제 앞에 길을 잃다] (中) 정부 눈 감고 귀 막고

박세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11 17:32

수정 2014.10.24 12:46

[파생상품, 규제 앞에 길을 잃다] (中) 정부 눈 감고 귀 막고

"당국이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규제가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을 시장에서 떠나게 했습니다. 시장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은 긍정적이지만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죠."

이는 금융투자업계가 최근 발표한 금융위원회의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에 대한 공통된 평가다. 이어 "파생상품 시장의 질적 개선을 위한 방향을 제시했지만 시장의 유동성이 위축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파생상품 전체 거래량은 8억2000만계약으로 거래량 기준 세계 9위까지 밀려났다. 전 세계 파생상품 거래소 중에서 1위를 차지했던 지난 2011년(39억3000만계약)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 8일 기준 파생상품 거래는 3억9858만계약으로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글로벌 파생상품 시장은 주가지수 파생 상품의 부진에도 에너지·금속 등 일반 상품의 파생상품이 성장하며 거래량이 지난해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 파생 시장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식시장 거래량이 줄어든 데다 적격 개인투자자 제도, 코스피 200 옵션 거래승수 인상 등 '규제'가 겹치며 주춤하고 있다.

■강화된 규제에 떠나는 개인

금융당국은 파생상품시장에 또 한번 '규제'의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지난 6월 금융위가 발표한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이 대표적인 예다. 금융위는 이 방안을 발표하면서 "파생시장의 거래가 과열되면 투기시장화되고,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늘어났다"며 "파생상품시장의 위험관리기능을 확충하고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조적 개선방안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로 도입하는 '적격 개인투자자'제도는 개인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과도하게 높였다는 지적이다. 개인투자자가 파생상품 신규거래를 위해서는 30시간의 사전교육과 50시간의 모의거래 경험이 필요하다. 옵션 거래를 하려면 사전교육과 모의거래를 거친 투자자가 1년간 선물거래를 경험해야 한다. 총 80시간의 교육과 1년간의 유예기간은 개인투자자에게는 시간적 부담이 될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거래량 기준 전체 파생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이번 규제가 파생상품시장 활성화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적격 개인투자자 제도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선물 시장의 유동성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아쉽다"며 "사전교육과 모의 거래 등은 개인의 의지에 따라 넘을 수 있지만 최소한 옵션 시장에는 1년간 개인투자자의 공급이 중단된다"고 말했다.

개인의 진입 장벽을 높였으니 투자 활성화를 위해 거래승수를 다시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 2012년 도입된 거래승수 인상 이후 지난 2011년 4.0이었던 옵션 거래회전율이 지난해 3.2까지 줄어드는 등 단타 거래는 감소했다. 하지만 코스피 200 옵션 거래량도 2012년 157억5400만계약에서 58억500만계약으로 63.2%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의 거래승수 인상이 개인투자자들의 과도한 투기성 매매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적격 개인투자자 제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금융위가 바라는 시장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거래승수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속 시장 자율화 효과는?

금융위는 파생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시장 운영에 대한 제반 사항을 거래소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개별주식 선물·옵션의 상장과 폐지를 자율화하는 등 시장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내놓았다. 이를 통해 파생상품의 상장과 매매 방법, 시장 관리 기준 등 세부 사항을 거래소에서 심의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거래소에서 개별주식 선물·옵션의 상장과 폐지를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거래량이 부족한 기초자산 파생상품을 상장폐지하고 신규 상품을 상장하는 등 거래소의 빠른 대응이 가능해지고 개별 종목 간 유동성 쏠림 문제도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개별주식선물은 향후 1~2년에 걸쳐 상장 상품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초자산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단순히 롱·숏 전략에 활용되는 것은 물론 개별 종목의 이벤트에 대해 빠른 대응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국채·외환 파생상품에 대해 은행의 직접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채권시장과 외환파생상품 시장에서 은행이 자기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식기초 파생상품으로 쏠린 거래비중을 국채·외환으로 분산한다는 복안이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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