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상호금융기관 개혁 ‘녹슨 칼’ 되나

김주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0.24 17:51

수정 2011.10.24 17:51

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기관과 공제조합에 대해 금융당국이 개혁의 칼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인력 부족에다 열악한 인프라, 부처 이기주의에 막혀 "제대로 뽑아 보지도 못한 채 도로 집어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한계를 인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썩은 고인물 걷어내야"

금융감독 당국이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은 이들 금융사가 거대 금융기관으로 성장했지만 제대로 된 감시기능이 없어 임직원들의 비리와 방만한 경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상호금융기관과 공제조합은 100여개에 이르지만 저마다 관할하는 정부 부처가 달라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최근 "저축은행 다음으로 새마을금고와 신협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그만큼 지배구조와 건전성 관리체계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실제로 은행들이 대출 옥죄기에 나선 지난 3개월간 상호금융기관들은 오히려 은행의 2배가 넘는 대출을 해줬다. 경기침체로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큰데도 당장의 이자수익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분석이다.

각종 비리가 난무하는데도 금융기관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감시기능이나 지배구조 개선 여지도 작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6년여간 사고 규모가 총 717억2800만원에 달했다. 지난 9월에는 기존에 연임만 가능토록 한 임원 임기를 3연임까지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이사장 한 사람이 최장 12년까지 수장 자리를 꿰찰 수 있게 된 것. 은행권에서 유착을 우려해 임원 임기를 제한하려는 움직임과 정반대다.

견제역할을 해야 할 사외이사 제도가 없는 것도 문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에 어두운 지역 인사가 이사장으로 선임된 경기 지역 일부 금고는 골프여행 비용을 대외비 명목으로 지출하는 등 사금고화 우려까지 높은 상태다. 총 1463개가 넘는 새마을금고 중 1100여곳은 한 번도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곳들도 대부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농협과 산림조합은 3연임이 가능하고 수협은 비상임은 연임, 상임은 3연임이 가능하다. 신협은 공제사업비로 이사장의 공제보험료를 대납했다가 적발됐고,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예금 중 지난 10년간 발생한 휴면예금 633억원 중 305억원을 고객에게 환급해주지 않았다.

■뽑은 칼 휘두를 수 있을까

금융감독원은 오는 12월 상호금융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해 상호금융기관에 대한 모니터링과 감독을 강화한다. 그동안 월 단위와 분기별로 상호금융기관 중앙회로부터 업무보고서를 받아 상호금융기관 감독 업무를 수행해 오던 것을 개별 조합별(농협 1167개, 신협 960개, 수협 92개, 산림조합 142개)로 업무보고서를 취합할 예정이다. 현재는 이와 관련된 전산망 구축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직접 감독에 나서는 금융당국조차 제대로 된 감시기능을 수행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전국에 상호금융 조합이 2300여개가 있는데 이들을 은행수준으로 일일이 감독할 수는 없다"며 "각 상호금융마다 중앙회가 있고 여기서 조합 감사권을 갖고 중간감독기구의 역할을 하는 만큼 여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감독권한을 가진 중앙회는 지역 조합장들이 선거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는 구조여서 조합에 대한 감시기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협 관계자는 "과거 이른바 낙하산 인사들이 관에서 내려오던 시절에는 중앙회가 강력한 감시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며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민영화라는 명목 아래 조합장들 중에서 회장을 선출하면서 조합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고 밝혔다.

지역 정치권과의 유착과 부처 이기주의도 한몫하고 있다. 공제조합이나 상호금융 출신들로 이뤄진 시·도 의원들이 많아 통제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대구·경북지역 기초단체장 중 10여명, 경남지역(6명), 경인지역(4명), 충북지역(4명) 등을 비롯해 서울·부산·강원 지역 등도 최소 1명 이상이 모두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 혹은 이사장 출신이었다.

100여개가 넘는 이들 기관들에 대해 제각각인 관할부처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도 문제다.
이들 부처는 2∼3명의 인력으로 기관들을 감독하면서도 여전히 감독권한을 넘기는 데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농협은 내년 금융지주로 출범하지만 지주 내에 은행관련 업무는 금융당국에서, 상호금융이나 경제부문은 농림수산식품부 등이 주무부처인 형태로 나눠져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범정부 차원에서 감독권 일원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toadk@fnnews.com김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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