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융노조 사외이사 앞세워 경영 참여?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19 17:09

수정 2012.02.19 17:09

 금융권 노동조합들이 우리사주를 무기로 지주사 경영참여를 속속 선언하고 나섰다. 최고경영자들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현행 사외이사 구성에 노조 측 인사를 진입시켜 경영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19일 신한은행 노조에 따르면 내년 주총에서 지주사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추천키로 하고 각 계열사 노조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나섰다. 신한은행 우리사주 조합 운영방식을 경영진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키로 하고 외부 컨설팅을 받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 이사회에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기 위해선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우리사주 조합원들의 지분을 위임받아야 한다.


 김국환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신한은행과 신한생명,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노조위원장들과 이에 대한 협의를 끝마치고 의견을 같이하기로 했다"면서 "2~3월에 열리는 각 계열사 노조 대의원 회의에서 노조위원장들이 이에 대해 설명하고 올해 신한금융 노조가 이를 중점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사외이사 추천을 놓고 사측과 대립해 온 국민은행 노조도 최근 우리사주 조합원 0.35%의 권리를 위임받는 데 성공해 KB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에 주주제안서를 접수시켰다. 국민은행 노조 측은 3월에 있을 주총 전 사외이사 후보를 결정해 이사회에 추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처럼 4대 금융지주 중 KB금융과 신한금융 노조가 사외이사 추천을 선언하면서 금융지주사들의 사외이사 체제에 새바람이 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들은 지주 회장과 다른 사외이사들의 추천으로 뽑기 때문에 사실상 '거수기'라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또 국민연금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 사외이사 추천을 요청하고 국민연금도 이에 적극 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KB, 신한, 하나금융지주의 최대주주다. 따라서 연금 측이 각 지주에 사외이사를 모두 추천하겠다고 나설 경우 지주사들은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금융지주 노조에 이어 국민연금까지 사외이사를 추천하겠다고 나선다면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에 대한 경영진의 입김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부터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배제된 데다 사내이사들은 사외이사 추천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KB, 우리, 신한, 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총 57명 중 36명이 올해 임기가 만료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경우 먼저 사외이사 추천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이) 먼저 나서서 금융지주 사외이사 문제에 관여하기는 어렵다"면서 "하나금융의 경우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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