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감원-하나은행 ‘金의 전쟁’

박승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2 17:42

수정 2014.10.28 04:55

금감원-하나은행 ‘金의 전쟁’

김종준 하나은행장(사진)의 거취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하나은행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문책경고' 상당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행보에 대해 금융당국이 크게 불편해하고 있다.

김 행장은 사퇴설이 흘러 나오던 지난 주말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면서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참여는 정상적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항변했다. 금융당국은 임기를 채우는 것은 김 행장의 판단에 맡기겠지만 제재가 결정된 상황에서 '정상적 판단'이라고 말한 대목을 주목하고 있다. 한마디로 금융당국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22일 "김 행장의 임기에 대해 말할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금융당국의 제재에 대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징계 내용을 부정하는 것은 금감원의 제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 행장의 제재 내용을 다른 제재 건보다 빨리 일반인에게 공개해 금융당국의 제재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졌음을 일반인이 판단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심의위원회 결정 내용을 금감원 홈페이지에 일찍 게재해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한다는 것. 금감원은 이날 오후 4시 홈페이지에 제재 내용을 공개했다. 금융사 최고경영자에 대한 제재 내용을 미리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하나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불편한 심기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사실상 '사퇴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행장의 제재 내용이 공개되면 마땅한 처분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과 하나은행의 충돌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이날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의 발언이다. 김 전 회장은 한 언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금감원이 한 건을 갖고 반복적으로 검사한 적이 있었나"라며 "금감원이 그렇게 한가한 조직인가"라고 꼬집었다. 하나은행 측의 불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지난해 9월 '주의적 경고'라는 경징계 통보를 받았다가 금융위의 재검토 요구로 하나캐피탈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졌고 이후 중징계로 징계 수위가 올라갔다는 것.

특히 중징계를 받은 임원의 경우 당장 물러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재취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어서 임기까지는 사퇴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조직의 안정을 위해 김 행장이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에서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나은행 내부에서는 이번 금감원과의 충돌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KT ENS 관련 검사나 외환카드 분할 및 하나SK카드와의 통합 작업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와관련, 업계 관계자는 "김 행장에 대한 금감원의 압박은 무리한 측면이 많고 임기가 보장된 민간 금융기관에 대한 월권행위로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김종준 행장이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1년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투자해 59억5000만원의 손실을 입혔다며 지난주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김승유 전 회장은 주의적경고(상당), 하나캐피탈은 기관경고와 과태료 500만원, 하나금융지주는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임기 이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sdpark@fnnews.com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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