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은행권,박지성 같은 화합형 인재 선호 PT때 경청 잘하면 점수 플러스

안대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0.04 16:44

수정 2009.10.04 16:44



“집단 토론이나 프리젠테이션 발표시 누가 발표를 잘하는 지보다 상대방의 발표를 얼마나 잘 경청하느냐를 평가한다.”

“갑자기 과제를 제시했을 때 자신의 과제만 수행하는 인재보다 팀원을 돕고 리드하는 헌신형 인재를 높게 평가한다.”

은행은 루니형(공격형·스트라이커)인재보다 박지성형(화합형·희생형 어시스트) 인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보수적인 기조가 강해진 만큼 창의성과 모험정신보다는 팀워크, 친화력 등 영업에 필수적인 요소를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본사가 은행권 채용담당자 및 전 채용담당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은행이 면접에서 높게 평가하는 인재상은 일반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과 상당 부분 차이가 났다. 통상 대기업은 창의성, 모험정신과 도전정신, 전문성, 실력 등을 친화력보다 우선 순위에 두는 반면 은행권은 친화력, 화합을 이루는 능력, 열정, 팀워크 등에 최우선 가치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11월 초, 신한은행은 오는 8일 서류전형 발표와 함께 10월에 면접이 이뤄지고 우리은행도 오는 21일 서류합격자 발표와 함께 오는 28∼30일 첫 면접이 이뤄진다.

은행 채용에 관여한 모 관계자는 “대다수 면접 응시자들은 집단 토론이나 PT(제안서) 발표시 자신이 얼마나 발표를 잘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점수가 모두 결정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라며 “발표 끝나고 다른 면접 응시자의 발표를 제대로 듣지 않거나 경청 태도가 불량하면 모두 감점 대상”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 채용 담당자는 “집단 토론 및 PT 발표시 면접 준비를 위해 자기가 사전에 외워놓고 준비한 것만 말하는 것도 감점을 받기 쉽다”라며 “자기 주장과 자기 논리만 주장하고 면접의 분위기,타 응시자의 발표 등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은 눈에 거슬린다”며 “팀워크가 필요한 것이 은행 직장생활인데 ‘나만 잘하면 된다’는 식이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실제 은행권은 이러한 인재를 골라내기 위해 서류전형 이후 면접전형에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놨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종일 고강도 면접, 우리은행은 1박2일 합숙면접 과정에서 모두 집단토론과 PT 발표, 면접관들과의 식사 시간 등을 통해 면접 응시자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평가된다. 특히 우리은행의 합숙면접 시스템은 지난해 특허를 받을 정도로 다방면의 평가를 하기로 유명하다. 과거 합숙면접에선 3분 스피치, 금융상식 테스트, 집단토론, 개인 프레젠테이션, 롤플레잉 테스트 등을 했고 돌발 과제 수행도 있었다.

은행 채용 담당 관계자는 “면접관이 짧은 시간에 돌발 과제를 제시하거나 어려운 과제를 주는 등 극한에 상황을 주었을 때, 면접 응시자들은 두가지 형태로 갈라진다”며 “자신의 합격만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과 위기시 팀원이나 조원을 이끌고 자신이 희생을 하면서까지 팀 및 조를 리드하는 사람으로 갈린다”고 밝혔다. 그는 “위기 때 조직을 추슬러 위기를 돌파하는 능력을 보여준 응시자를 꼭 합격시킨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은행 채용 관계자들은 훌륭한 역량을 갖춘 인재라도 은행과 적성에 안맞을 경우 불합격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 인재의 80% 이상은 영업점에서 일해야하고 영업을 위해선 친화력, 커뮤니케이션스킬이 필요하다”며 “성격에 모가 나거나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하거나 독불장군식 등 친화력이 부족한 응시자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은행권에선 환영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용모도 주 평가대상이다. 모 은행 채용 관계자는 “면접 체크리스트에 타 응시자에 대한 경청자세, 팀, 조직내 적극적 역할뿐만 아니라 ‘손톱 소재 여부’ 등도 면밀히 체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은행별로 최신 경영전략과 사내 펼쳐지는 혁신과제 등을 잘 읽어내 이에 발맞추는 인재는 임원 면접시 높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크다.

우리은행은 이종휘 행장 취임 후 ‘정도 영업’과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강조하고 있어 면접 응시자들은 ‘정직성’과 ‘신뢰’를 강조하면 유리하다.
신한은행의 경우 이백순 행장을 필두로 최근 위기 속에서도 성장한 ‘일본전산’의 벤치마킹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신한은행 모 부행장은 “일본전산의 인재 채용도 획기적이어서 신한은행도 여기서 교훈을 얻으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일본전산은 인재 채용시 △큰소리로 말하기(자신감) △밥 빨리 먹기(일하는 속도가 빠르면 건강하다) △화장실 청소시험(밑바닥 일을 잘해야 모든 일을 잘한다) △오래 달리기시험(계속 노력해서 일할 수 있는 사람) 등을 고려한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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