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햇살론,창업대출 한건도 없다

강두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8.05 18:43

수정 2010.08.05 18:43

서민보증부 대출 상품인 ‘햇살론’이 생계자금 대출에 치우치면서 대출 불균형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당초 취지와 달리 사업자금 대출이나 창업자금 대출 실적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자금 대출의 경우 심사절차에 필요한 현장 실사 부문을 해당 금융기관 지점에 맡기다 보니 업무 부담이 커진 일부 지점들이 관련 업무를 꺼리면서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4일까지 집계된 농협의 햇살론 상품 관련 생계자금 대출 규모는 2650건, 294억1900만원에 달하지만 사업자금 대출은 34건(4억2800만원)에 그쳤다. 창업자금 대출은 아직까지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신협의 경우 생계자금 대출은 1154건(92억원), 사업자금 대출은 208건(20억6600만원)을 기록했다.
신협 역시 창업자금 대출은 한 건도 없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도 생계형자금 대출은 지난 4일 현재까지 총 1076건으로 84억1800만원의 대출이 나간 반면 사업자금 대출은 243건(25억8900만원), 창업자금은 4건(4700만원)에 머물고 있다. 저축은행들 역시 생계형자금 대출은 모두 654건, 47억5900만원에 달한데 비해 자영업자(사업자) 대출은 7건(8200), 창업자금 대출은 한 건도 없었다.

이 중 창업자금 대출 실적이 전무하다시피한 이유는 심사절차 과정이 까다롭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햇살론을 통해 창업자금 대출을 받기 원하는 서민들은 소상공진흥원, 창업진흥원, 소상공인지원센터, 근로복지공단 등에서 12시간의 창업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또 등록을 마친 후 별도의 심사 절차를 걸쳐 대출이 이뤄지기까지 1주일에서 길게는 3주까지 기다려야 한다.

햇살론 영업 창구직원은 “창업자금 대출의 경우 구비서류, 신청서 등과 관련한 지침이 뒤늦게 내려왔다”면서 “고객들도 막연하게 가게를 열어보려고 대출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고 이 중 창업 교육을 받은 분은 거의 없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사업자 대출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당 금융기관 지점이 직접 심사과정에 필요한 현장 실사를 맡다 보니 업무부담이 과중해 관련업무 처리를 꺼리고 있는 게 문제란 분석이다. 그나마 상호금융기관의 경우 기존의 파출수납을 사업장 실사에 활용하고 있어 사업자금 대출 실적이 저축은행업권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파출수납은 상호금융기관 특성상 은행에 직접 오지 못하는 지역주민들에게 직접 가서 돈을 받아 입금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상당수 저축은행의 지점 창구직원들은 업무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은 창구직원들의 업무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같은 계열 신용정보회사에 관련 업무를 위탁 처리하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수수료 부담 때문에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자 대출 관련해서 금융기관들은 신청자의 사업장에 직접 찾아가 찍은 사진 등 증빙자료를 지역신용보증재단에 보내면 이를 기초로 심사해 보증서를 발급받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러 사정상 지역신보에서 직접 실사에 나서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어느 정도의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관련업무에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갖춘 금융기관들이 업무를 처리하는 게 효율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dskang@fnnews.com강두순 김아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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