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FX마진거래,불법 투자방 200곳 난립 ‘외화유출’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8.22 17:13

수정 2010.08.22 17:13

두 가지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아 환차익을 노리는 ‘FX(Foreign eXchange) 마진거래’가 무허가 불법 투자방의 난립으로 얼룩지고 있다.

국내 증권·선물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외국 중개회사(FDM)를 통해 거래하는 불법 사례가 늘고 있는 것. 특히 이들 불법 투자방에는 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더욱 음성화되면서 외국 중개회사 사이트가 폐쇄돼도 구제받을 수 없으며 수수료 등 외화가 유출되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PC방처럼 거래장소를 제공하는 불법 투자방은 서울 압구정동, 신사동을 중심으로 전국에 200여곳이 성업 중이며 거래 규모도 전체 FX마진거래의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투자방을 버젓이 차려놓고 공개적으로 체인점을 모집하는 경우까지 있다. ▶관련기사 3면

국내 FX마진거래 규모가 2008년 4923억9000만달러, 2009년 5416억7676만달러에 이어 올 들어 6월까지 2106억102만달러에 이르는 등 매년 규모가 급증해 불법 투자방의 폐해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처럼 불법 투자방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외국 중개회사를 이용할 경우 거래비용이 국내 회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최소 투자금액 규제가 없어 소액투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최소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를 거래해야 하지만 해외에서는 거래단위가 1만달러(약 1200만원)에 불과해 그만큼 거래장벽이 낮아 불법 투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FX마진거래 시 투자자가 예치해야 하는 증거금률이 2%에서 5%로 오른 것도 불법 거래가 늘어난 이유다. 10만달러를 투자할 경우 증거금이 2000달러(약 240만원)에서 5000달러(약 600만원)로 늘어난 것이다. 차입효과가 50대 1에서 20대 1로 줄어 국내 투자자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불법 영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 투자자들은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외국 중개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주로 포털사이트의 블로그 등을 이용한다. 실제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블로그는 외국 중개회사의 계좌개설 방법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이 같은 불법 투자방의 가장 큰 문제점은 외화유출이다. 거래당 5∼10달러(6000∼1만2000원) 선인 중개수수료를 외국 중개회사에 넘겨주는 것이다. 더구나 국내 투자자의 경우 대부분 전문지식이 없어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환거래 전문가는 “불법 투자방을 이용하는 사람 가운데는 ‘누군가 대박이 났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주부가 상당수를 차지한다”며 “이들은 펀더멘털에 대한 지식이 없이 주로 차트나 감각에 의존해 투자하기 때문에 손실이 나기 일쑤”라고 말했다.

아울러 투자자 보호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갑자기 외국 중개회사 사이트가 폐쇄되면 구제받을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 실제로 부적격 브로커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도주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지만 해외 불법 거래여서 국내 투자자 보호대책을 적용받을 수 없다.

/blue73@fnnews.com윤경현 강두순 김아름기자

■FX마진거래란 =이종통화 현물환 거래를 뜻한다.
선물회사에 증거금을 예치한 뒤 실시간으로 달러·유로·엔 등 각종 통화를 매매해 환차익과 이자율 차익을 얻는 차익거래의 하나다. 계약당 기본단위는 10만(달러·유로·엔)이다.
달러를 기준통화로 할 경우 10만달러 거래 시 증거금은 5%(5000달러) 수준이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24시간 거래할 수 있어 국내에서도 개인투자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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