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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전세자금 고가 아파트만 대출..서민 ‘그림의 떡’

김주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24 21:23

수정 2014.11.07 05:46

"수억원짜리 아파트에 살면 그게 서민입니까?" "정부기관 보증도 소용없어요. 은행에서 받아주지도 않는데…."

시중 은행들이 고가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귀족영업을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민에겐 지나치게 소극적이란 것. 전세자금 대출이 대표적이다. 은행들은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전세대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지만 정작 보증을 받아가면 자체 기준으로 또다시 대상을 걸러내면서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상담을 받은 한 고객은 "은행들이 대부분 고가의 아파트 전세자금만 대출해 준다"며 "정부기관의 보증서를 받아왔는데도 신용등급 기준이 안돼 거절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내놓은 전세안정대책의 연착륙을 위해선 금융권의 대출 요건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증 받아도 대출안돼

은행에서 취급하는 전세대출은 크게 국토해양부에서 운용하는 '국민주택기금대출'과 각 은행별로 취급하는 '전세대출상품'으로 나뉜다.
두 상품 모두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전제로 대출이 이뤄진다. 그러나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받더라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은행이 까다로운 자체 기준으로 대출자를 선별하기 때문. 실제 전세자금 대출이 절실한 서민층은 상당수가 대출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관건은 신용등급과 대상주택이다.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은 신용등급 9등급 이상이면 99% 보증이 가능하고 대상주택도 아파트,연립 등에 상관없이 보증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은행의 2차 요건은 까다롭기만 하다.

우리은행의 '우리전세론'은 20세 이상의 소득이 있는 기혼자 혹은 1개월 이내 결혼예정자 혹은 세대주로서 부모를 부양하는 자가 대상이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7등급 이상이어야 하고 대상주택은 건축물관리대장상 주택이어야 한다. 신한은행의 '신한전세보증대출'은 만 20세 이상의 세대주로서 보증보험 부적격자가 아니면 된다. 그러나 대상주택은 서울·경기 소재 아파트로 한정된다. 농협 '전세자금대출'은 신용등급이 6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국민·하나은행 등 대부분의 은행들도 신용등급과 대상주택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만한 자격요건을 충족시키는 서민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들은 고금리의 제2금융권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다. 생활고에 찌들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주택기금 기준도 완화 필요

연소득 3000만원 미만 서민층을 위해 국토부에서 운용하는 '국민주택기금대출'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연소득에 대한 기준이 빡빡한데다 주택금융공사의 보증기준과 국토부의 대출기준에 차이가 커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독 세대주로 인정하는 범위와 연령 차이가 그것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인정하는 연령은 만20세 이상이지만 국토부의 대출기준은 만 35세 이상이다.

또 주택금융공사는 올해부터 다문화·장애가구는 물론 부양가족이 없더라도 세대주가 아닌 가족구성원의 자격으로 보증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대출기준엔 이런 조항이 반영돼 있지 않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나이 제한, 연소득, 가구원 등 국민주택기금 대출조건이 까다롭다. 보증서를 발급해줘도 막상 은행에서 안되는 경우가 많다.
또 연소득이 3000만원이 넘더라도 근린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대출조건이 현실적으로 서민에게 맞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toadk@fnnews.com김주형기자·엄민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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