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가계,번 돈 2.8%만 저축..빚은 소득의 1.5배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3.07 16:52

수정 2014.11.07 01:26

우리나라 가계의 저축률이 지난해 기준으로 2%대까지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치고 '소비왕국'으로 불리는 미국보다 낮다.

가계 저축률 하락은 '국내 투자 재원 감소·소비 둔화→경제 성장률 하락→일자리 감소' 등의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또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기업들이 해외 차입 확대에 나설 경우 경상수지 악화, 대외 충격에 약한 경제 체질 고착화 등의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가계 저축률은 하락했지만 기업 저축률이 2000년대 들어서 연평균 20%대씩 늘고 있어 투자 재원 마련 등에 한정했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계저축률, 2%대 추락

7일 OECD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계 저축률은 2.8%로 저축률 자료가 제시된 20개 회원국 평균저축률 6.1%에 크게 못 미쳤다.
가계 저축률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저축액의 비율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가계 저축률은 덴마크 -1.2%, 체코 1.3%, 오스트레일리아 2.2%, 일본 2.7%에 이어 5번째로 낮다. 미국(5.7%)보다 훨씬 낮다.

가계저축률은 일반적으로 부동산·주식 등 예금의 대체투자수단이 활발할 때는 떨어진다. 지난해 주식시장 등이 호조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가계저축률 하락은 당연한 현상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 하락은 이 같은 재테크 측면에서의 해석 범주를 벗어나 가계부채, 소득증가율 둔화, 소비형태 변화 등에 기인해 중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고 추가적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실제 OECD는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을 2008년에는 2.8%로 전망했고 일본(3.1%로 예상)에도 추월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1987년 24.0%로 OECD 1위까지 올랐던 가계저축률이 최하위권까지 추락하는 셈이다.

■가계부채 급증의 이면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가계저축률 하락은 소득 증가율 둔화, 낮은 예금금리 등에 따른 현상"이라며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의 '가계부채 증가→이자부담 급증'으로 저축 여력이 줄면서 나타난 동전의 양면과 같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OECD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9년 153%로 미국(128%), 일본(135%) 등 보다 높았다. 특히 이 비율은 2008년 140%와 비교해서도 증가했다.

가계의 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금액기준으로 가계부채(가계대출+판매신용)는 지난해 말 현재 795조4000억원으로 2000년말보다 531조3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가계의 지출 증가도 가계저축률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통계청 가계 동향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소득 대비 가계지출 비중은 전국 2인 이상 가구 실질 기준 82.2%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령화에 따른 보건비, 사교육 증가로 인한 교육비, 생활양식 변화에 따른 통신비 및 오락·문화비가 가계지출 증가를 주도했다. 시중금리 하락도 재테크 측면에서 저축을 감소시킨 요인이다.

■거시정책에 '부담', 묘안은?

이원기 한은 팀장은 "기업, 정부까지 포함한 국가 전체의 총저축률은 낮아지지 않았다"며 "다만 가계저축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어 고령화 추세로 더 떨어질 수 있고 이는 경기변동성 확대, 기업 조달 비용 증가, 투자여력 축소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기업의 저축률이라 할 수 있는 기업의 소득 증가율은 1990년대 연평균 4.4%에서 2000년대 들어서 25.2%까지 증가했다. 기업들의 내부 유보자금이 그만큼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같은 기업 유보자금의 증가에도 가계저축률 하락은 민간의 소비 여력을 둔화시키고 내수 기반을 악화시켜 경기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는 대외 비중이 높아 내수 여력을 강화시켜야 경제가 안정적 기조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며 "소비가 줄게 되면 경기변동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로 정책대응에도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기관 수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계부분의 저축액 축소는 해외 조달 확대로 이어져 '과다' 차입, 조달금리 상승 등 비용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저축액을 늘리 수 있는 정책은 적정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가계부채 부담을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가계의 소득증가율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며 "사실 경제의 안정적 성장구조를 확립하는 정책을 펴면 저축률은 올라간다"고 밝혔다.

/mirror@fnnews.com김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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