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연금제도 개선 놓고 생보―손보 ‘밥그릇 싸움’

김주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5.08 17:41

수정 2014.11.06 19:36

연금보험시장이 보험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가운데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가 정부의 '연금관련 제도개선 방안'을 놓고 밥그릇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금융위원회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할 연금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새 연금제도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생·손보업계 간 이해다툼이 가열되면서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다툼의 핵심은 세금혜택이 큰 종신연금보험, 이른바 '세제비적격연금'의 판매범위를 어떻게 하느냐는 것. 손보업계는 손보사들도 판매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생보업계는 절대 반대다.

금융위도 손보업계의 요구에 부정적이다. 금융위 보험과 관계자는 "세계 여러 국가 사례에 비춰봐도 손보업계가 세제비적격연금보험판매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손보사의 세제비적격연금보험판매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입장에 따라 금융위는 이번 고령화 TF 실무작업반에서 손보업계는 제외시켰다. 생·손보 간 이견으로 진행이 더뎌질 것을 우려해서다. 작업반은 보험연구원, 보험개발원, 금융위, 금감원, 생보협회,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금융위는 대신 손보업계의 다른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타협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마저 관련부처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이래저래 고령화 사회에 필요한 연금상품 출시만 더뎌지고 있는 셈.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 보험과가 주관하고 있는 '고령화태스크포스'는 지난 4월 말 '연금 관련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잠정 연기한 상태다. 관련부처와의 세제혜택 논의가 조율이 안 되고 있기 때문.

보험사가 판매하는 연금은 소득공제 여부에 따라 '세제적격연금'과 '세제비적격연금'으로 나뉜다. 문제가 되고 있는 '세제비적격연금'은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연금을 받을 때 소득세를 내지 않는 혜택이 있다. 지난 1991년 상법에서는 연금보험을 생명보험 고유 영역으로 보고 손보사에는 세제비적격연금보험 판매를 금지했다. 현재 손보사는 '세제적격연금' 상품(개인연금, 퇴직연금)만 판매할 수 있다. 손보사가 판매하는 세제적격연금에도 세제혜택이 있지만 '충족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손보업계는 "정부가 지나치게 생보업계측 입장만 들어주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굳이 세제비적격연금보험 취급을 허용할 수 없다면 다른 보상이라도 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작업반은 △특별소득공제혜택 연금수령기간별 차등 추가 부여 △일시납 연금의 세제혜택 부여 △보장성 보험의 소득공제한도 확대 △저소득층의 연금가입 시 국가에서 일정 보조금 지급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손보업계는 연금수령기간별로 차등해 소득공제 혜택을 추가 부여하는 방안은 손보사에 불리하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보사 연금상품의 연금수령기간은 최대 25년으로 제한돼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것. 따라서 이번 기회에 손보사 연금상품의 '25년 기간제한' 조항을 폐기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손보업계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추가 세제혜택을 고려하고 있지만 실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사실 서로 밥그릇싸움에 불과한데 갈등의 골이 깊다보니 정작 고령화 사회에 필요한 연금상품은 나오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toadk@fnnews.com김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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