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전세난이 더 우울한 싱글족들

김주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9.04 17:48

수정 2011.09.04 17:48

#.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 대리(33)는 화려한 싱글족이다. 대학졸업과 동시에 지방에서 올라와 직장을 잡은 김 대리는 가족이란 울타리에 구애받지 않고 경제적으로 홀로서기를 하는 이른바 골드 미스터에 속한다. 하지만 여유있는 생활을 즐기던 김 대리는 요즘 고민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기침체와 전세난이 겹치면서 부담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은 한계가 있고 은행들이 실질금리를 인상하고 나서 더는 엄두를 낼 수가 없다. 혼자 사는 만큼 주택구입보다는 전세를 선호하지만 현실적으로 김 대리처럼 싱글족에 속하는 1인 세대주를 위한 전세자금 대출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세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대출 억제책을 핑계로 가계대출 실질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싱글족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높은 소득과 부양책임에서 벗어난 싱글족이 소비의 주력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데 반해, 생활기반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각종 대출 등 금융지원 혜택에서는 소외돼 있다.

특히 고소득층인 골드 미스, 미스터에 속하지 않는 대다수의 싱글족들은 더욱 금융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어 개선책 마련이 요구된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가구 비중은 23.9%(414만 가구)에 이른다. 이 중 미혼인 남성이 57.7%, 여성은 33.1%다. 특히 20세에서 40세까지 1인가구가 남성은 47.6%, 여성은 28.7%였다. 20년 뒤에 1인가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싱글족일 정도로 비중이 커지면서 계층도 다양화하고 있다. 20대 산업예비군 그룹, 30∼40대 골드미스, 돌아온 싱글 그룹, 인구 고령화로 생겨나는 실버 그룹 등 전 세대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이들을 겨냥한 상품들도 쏟아지고 있다. 식품업계는 다양한 1인 조리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금융권에서도 싱글남녀를 위한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예금, 대출 등 정작 필요한 금융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출상품은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특히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대출에서 싱글족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없다. 최근에는 경기침체와 전세난이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 중에서 1인가구인 단독 세대주에게 전세자금을 대출해 주는 곳은 우리·신한·하나·기업은행 등 일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올해 초나 중반부터 출시된 데다 일부 은행들은 1인가구가 가장 많이 사는 단독이나 연립 등은 전세자금 대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은행 개별상품 말고 주택금융공사나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통한 저금리 상품도 있지만 단독세대주인 경우는 나이가 35세 이상만 대출이 가능하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으로, 단독이나 연립주택에 거주하는 대다수의 싱글족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단독 세대주들은 대출상품의 주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상품이 사실상 없다"면서 "금리인상과 전세난이 겹치면서 월세와 이자부담이 커진 싱글족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을 늘려 줄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toadk@fnnews.com김주형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