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대출신청 정보 돌고 돈다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9.08 17:43

수정 2011.09.08 17:43


#.직장인 김모씨(32)는 최근 아내의 출산으로 급하게 돈이 필요하던 중 얼마 전 길거리에서 받은 모 캐피탈 업체 전단지가 생각났다. 김씨는 전단지에 번호가 적힌 대출모집인에게 연락을 해 신용대출을 부탁했다. 얼마 후 조회 결과가 나왔지만 대출은 거절됐다. 그러자 해당 모집인은 비슷한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소개시켜준다며 씨티파이낸셜, 저축은행 등에 김씨의 연락처를 넘겨준다고 했고, 김씨는 급한 마음에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고객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금융사들의 강도 높은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대출 모집인들이 다른 회사로 고객을 넘기며 대출 발생 시 수수료를 나눠 갖는 편법행위가 성행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과도한 대출 조회가 발생해 신용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데다 고객정보에 대한 관리도 소홀할 수밖에 없기 때문. 그러나 실제 사실관계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은 데다 마땅한 제재 수단도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당국 및 여신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에 등록된 대출모집인은 1사 전속이 원칙이다. 때문에 고객 정보를 타사에 넘기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협회는 관련 사실을 적발할 경우 모집인에 대한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대출 모집인들 사이에서는 자사에서 대출이 되지 않는 고객을 다른 회사에 넘겨주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고객이 대출을 받게 될 경우 수수료를 서로 나눠 갖는 식이다. 보통 50%씩 나눠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모집인이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출 중개인 행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캐피털사에 등록된 대출모집인은 1만119명에 달한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이들 대출모집인 중 상당수가 고객 넘겨주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출이 거절되더라도 별다른 피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만약 성사된다면 회사에서 받는 수입과는 별도의 수당이 생기기 때문.

모 캐피털사 대출모집인은 "돈이 급하게 필요한 고객에게 최대한 대출이 성사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라며 "대출이 성사되면 부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다수의 대출모집인들이 이런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고객정보의 경우 제대로 된 관리가 힘들 뿐만 아니라 과다 조회 등으로 개인 신용도가 하락될 수 있다는 것. 특히 이 같은 개인 정보 유출은 비단 여신업계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크다. 고객이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정보가 다른 금융사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하지만 마땅한 관리 방법이 없어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단순히 여신업계뿐만 아니라 전 금융권에 해당하는 부분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별도의 규제안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법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김영권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