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세계경제 리더에게 듣는다] (4) 페이 창훙 중국사회과학원 재정무역경제연구소장

유영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4.20 16:51

수정 2014.11.06 20:52

▲ /사진=김범석기자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는 이제야 첫발을 내디뎠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데 적어도 50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페이 창훙 중국사회과학원 재정무역경제연구소장은 민감한 현안에 거침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중국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위안화 국제화에 대해 "위안화가 갈 길이 아직 먼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중국 경제는 현재 (성장) 가속도를 더해가고 있다"며 "앞으로 5년 동안 9.5∼10%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대 '복병'으로는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페이 소장은 3조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에 대해 "우려할 만큼 많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중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막대한 외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그를 만나 중국 경제에 대해 물었다.

<대담=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대책은 있나.

▲인플레이션은 중국 경제에 심각한 문제다. 중국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연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4% 안팎으로 억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의 1·4분기 CPI 상승률은 5.0%를 기록했다.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과도한 화폐 유동성뿐만 아니라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인 중 하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이후로 중국의 평균 노동 임금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물론 일부 원자재 가격도 올랐다. 특히 석유, 석탄, 금속 등 주요 수입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인 예금·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시중은행의 위안화 지급준비율은 끌어올리는 등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통화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앙은행은 앞으로 식품 및 원자재 가격 안정화 방안 등 통화정책 이외의 물가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다만 올해 CPI 상승률을 목표치인 4% 수준에서 억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3조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너무 많다고 우려한다.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을 총액으로 따지면 막대한 양이지만 국민 1인당 기준으로 보면 한국보다 낮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빠르게 증가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단기적으로 외환보유액과 해외 자본 유출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중국 정부의 숙제 중 하나는 외환보유액 메커니즘을 개혁하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을 중앙은행이 모두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지방 정부와 대형 금융기관들은 사업을 위해 외환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케 외환보유액 메커니즘을 개혁해야 한다.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과도한 달러 비중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액에는 난관이 존재한다. 미국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중국 외환보유액의 가치에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달러 가치의 하락은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등 달러 중심의 외환보유액 구조를 가진 모든 국가들의 문제다. 따라서 국제 금융체계를 개혁해야 한다. 특히 지역 통화 가치를 올바로 평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시스템에 대한 수많은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 위안화가 앞으로 5∼10년 안에 '기축통화' 혹은 '태환화폐'로 자리잡는 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 /사진=박범준기자

▲위안화는 분명히 완전한 태환화폐가 될 것이다. 다만 위안화를 태환화폐로 만들려면 몇 년이 걸릴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우리는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긴 여정에서 이제야 작은 발걸음을 내딛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 단계, 한 단계 목표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으로 얘기하면 위안화가 완전히 국제통화가 되기까지는 아마도 50년 정도는 지나야 할 것이다. 이웃 국가들에서의 위안화 유통과 투자수단이나 공식 외환보유액 통화로 활용하기 위해선 위안화가 갈 길이 아직 먼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유로화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의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은 어떻게 생각하나.

▲유로지역의 각국들이 자체적인 경제 문제를 안고 있어서 기축통화로 사용하기엔 유로 가치가 낮다. 실제로 유로 비중은 아주 작다. 물론 공식 외환보유액이나 국제거래에서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지만 소폭이다. 유로가 단기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불가능하다. SDR도 활용 가능한 범위가 여전히 좁다. 현재로선 달러를 대체하는 효과를 얻기 힘들다고 본다.

―IMF에 국제 중앙은행의 역할을 맡기기 위해 지역 차원의 중앙은행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 중앙은행이든 지역 차원의 중앙은행이든 모두 가설일 뿐이다. 많은 사람이 흥미를 가질 만한 제안일지 모르지만 앞으로 10∼20년 안에 실현되기는 힘들다고 본다. 세계 제2차대전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이 설립되기까지 약 50년이 소요된 것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일각에서 주장하는 '아시아 통화존(아시아 단일 통화를 사용)'은 의도는 좋지만 실현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통화 협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통화를 단일통화로 합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정치적, 경제적 체계가 다르고 역사적인 사안들도 엮여 있어 힘들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금융 부문에서 국가 간 협력이 차근차근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통화 스와프나 아시아 외환기금과 같은 것이 예가 될 수 있다. 다만 어떤 모델이 적합한지는 확신할 수 없다. 경제 부문뿐만 아니라 정치적 부문, 지역 안보 등 관련 사항들이 아주 복잡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평가해달라.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는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였다. 실업률도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활발히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번영을 누릴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한·중 경제협력은 지속되고 앞으로 강화돼야 한다. 중국은 한국이 필요하고 한국은 중국이 필요하다. 시장,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교류를 확대할 수 있다. 특히 국제 통화시장에서 원화와 위안화는 각각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금융 부문 협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리=yhryu@fnnews.com유영호기자

■페이 창훙 중국 사회과학원 재정무역경제연구소 소장은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 경제 전문가다. 중국인이지만 중국 경제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중국 경제의 문제점을 날카롭고 거침없이 지적하는 '소신파' 경제학자로, 특히 문제점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페이 소장은 중국 국무원 직속 싱크탱크로서 중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제4의 권력' 사회과학원에서 줄 곧 연구활동을 해왔다. 지난 2004년부터 사회과학원 산하 31개 연구소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재정무역경제연구소의 소장을 맡아 중국 경제 현안을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선도적으로 제시해 오고 있다.

그는 중국 샤먼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사회과학원에서 경제학석사, 국제경영경제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주임연구원을 시작으로 베이징농촌경제연구센터 부소장, 사회과학원 대외협력부장을 지냈다.

지난 2003∼2004년에는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부시장을 역임하며 항저우시의 중장기 경제개발계획을 정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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