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54세 제일은행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1.11 17:36

수정 2012.01.11 17:36

리차드 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 대표이사 겸 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이 11일 서울 공평동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본점에서 열린 행명 변경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이 추구하는 세 가지 전략과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이날 행명을 스탠다드차타드로 바꿨다.
리차드 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 대표이사 겸 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이 11일 서울 공평동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본점에서 열린 행명 변경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이 추구하는 세 가지 전략과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이날 행명을 스탠다드차타드로 바꿨다.

 "오늘 이 자리에서 아주 특별한 은행의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상하이, 콜카타,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홍콩과 뭄바이, 런던에 상장되어 있는 진정한 국제적 은행, 우리가 바로 '스탠다드차타드'입니다.
"

 11일 오전 서울 공평동 스탠다드차타드은행(옛 SC제일은행) 본점 4층에 마련된 화려한 무대 위. 리차드 힐 한국SC금융지주 대표는 또렷한 우리말로 '스탠다드차타드'의 오리지널 브랜드가 드디어 제 모습을 찾았음을 선포했다. 그의 뒤로는 웅장한 배경음악과 함께 스탠다드차타드의 역사를 알려주는 영상이 흘렀다.

 힐 대표는 "'스탠다드차타드'란 원래 이름을 되찾은 날"이라고 했지만 한국인들에겐 전날까지만 해도 붙어 있던 '제일은행'이란 이름이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리차드 힐 대표는 이날 공식적인 행명 변경 행사를 갖고 그간 사용하던 SC제일은행이란 이름을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힐 대표는 "스탠다드차타드는 오랜 시간 한국과 함께해 왔으며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여정을 출발하려고 한다"며 "150년 역사의 스탠다드차타드가 비즈니스와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공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첫걸음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명이 공식적으로 바뀌면서 54년 역사의 제일은행이란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게 됐다. 스탠다드차타드는 행명 변경에 앞서 이미 지난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끝마쳤다. 금융권 최장기 노조파업 등의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희망퇴직에 8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제일은행 시절부터 있었던 인력들의 상당수를 정리할 수 있었다.

 행명 변경의 이유는 한국시장에서 '제일은행'보다는 '스탠다드차타드'라는 글로벌 브랜드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힐 대표는 "스탠다드차타드는 어떤 중립적인 기관에 묻더라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국제적 은행이라고 대답할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브랜드의 활용이 떨어졌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SC금융지주는 다른 계열사의 경우 스탠다드차타드의 이름을 사용했지만 은행만은 '제일'이란 브랜드를 사용해 왔다. 제일은행이란 이름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던 것.

 그는 "한국은 이미 세계 7위의 교역 국가이기 때문에 이제 글로벌 은행인 우리가 한국기업과 해외교역국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국의 어떤 시중은행도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가능한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힐 대표는 이날 배당 문제와 관련해 "대부분의 돈이 재투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힐 대표는 "배당은 지난 몇 년간 런던에 있는 주주들에게 1000억원의 배당을 지급했는데 이는 한국에 투자한 비용의 2%에 불과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은행이 지주사에 배당한 금액은 2500억원으로 대부분을 소매금융, 캐피털, 증권사, 저축은행 등 한국에 재투자했다"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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