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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머니는 그대론데”… 국민소득은 사상최대?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25 17:20

수정 2013.11.25 17:20

“내 주머니는 그대론데”… 국민소득은 사상최대?

올해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국민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2만4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처음으로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돌파한 지 18년 만이다. 그러나 소득 증가의 주요인이 환율 하락 효과에 의한 것인 데다가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돼 실질적인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국민총소득(GNI) 추계치를 인구로 나눈 1인당 국민소득은 2만4044달러로 전망됐다.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1977년 1043달러를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1만달러를 돌파했던 1995년(1만1735달러)까지 18년이 걸렸다. 이후 다시 12년이 지난 2007년(2만1632달러)이 되어서야 2만달러를 돌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까지는 다시 2만달러를 밑돌았다.

이후 2010년 다시 2만달러를 회복한 뒤 2011년(2만2451달러)과 2012년(2만2700달러) 2만2000달러대를 기록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2만4000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과연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언제쯤 3만달러, 4만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소득이 4만달러 이상인 국가 중 인구가 1000만명 이상인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9개국이다. 이들 국가는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3만달러에서 4만달러로 올라서는 데 각각 평균 9.6년, 5.6년 걸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경기가 좋다면 2016~2017년, 경기가 좋지 않다면 2020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낙관적으로는 한국이 2017년 3만달러, 2021년 4만달러, 비관적으로는 2020년, 2032년에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앞으로 인구, 물가, 실질성장, 환율 등을 감안하면 한국이 2016년이나 2017년에 3만달러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내외수가 선순환을 이루고 경제구조 고도화,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잠재성장률이 4%대를 기록하면 2017년에 3만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합계출산율이 1.2명, 투명성 지수가 5.5에 불과하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구가 고령화하는 것 등은 소득 향상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더라도 실질적인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증가가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평균 1102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올해 10월까지 1095원으로 하락하면서 달러화로 환산한 GNI는 더 늘게 됐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은 원화 가치 상승이 계속돼 내년 원.달러 환율이 평균 1055∼1074원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난 데는 국내총생산(GDP) 효과가 3.3%, 환율 효과가 2.9%"라며 "환율 효과가 약 절반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 지표는 개선됐지만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양극화는 더욱 확대되고 있어 우려된다. 낮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 등은 앞으로 소득 향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소득분배 지표(5분위 배율)를 보면 올해 9월 말 현재 고소득층(5분위 계층)의 가처분소득이 저소득층(1분위 계층)의 5.05배에 달해 지난해의 4.98배보다 커졌다. 그만큼 소득격차가 커졌다는 말이다.

부채 측면에서 보면 1분위 가구의 부채 규모는 지난 3월 말 1246만원으로 1년 전보다 24.6% 커졌다.

소득 하위 20~40%인 2분위 가구의 부채도 3330만원으로 16.3% 증가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고소득 계층의 부채는 지난해 1억3723만원에서 올해 1억3721만원으로 조금 줄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인당 GNI 상승이 착시 효과에 그치지 않고 일반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데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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