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융소외계층에 ‘눈 감은’ 스마트금융

고민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16 17:18

수정 2014.06.16 17:18

금융소외계층에 ‘눈 감은’ 스마트금융

#.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20대 A씨에게는 스마트금융이 낯설기만 하다. 주변 지인들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스마트폰을 애용하는 그이지만 '스마트뱅킹'에 있어서는 익숙지 않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인식을 지원하는 스마트뱅킹 자체도 거의 전무할 뿐더러 인터넷뱅킹조차도 여전히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시각장애인의 편의를 돕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나오고 있지만, 실상 은행 업무와 관련된 뱅킹 서비스에선 이 같은 편의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직접 은행 창구를 찾는 게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이나 노인층 등 스마트금융에 익숙지 않은 고객들에 대한 은행들의 지원이 원활하지 못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마트금융이 업계 신사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상당수 은행이 스마트폰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고객 중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는 상대적으로 미흡해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그나마 은행 홈페이지의 경우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서비스를 지원하거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동영상 자막이 제공되는 등의 서비스가 개선되고 있지만 모바일 환경은 이렇다 할 개선책이 없는 상황이다.

■창구거래보다 불편한 스마트금융

16일 금융권 및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3월 말 현재 인터넷뱅킹 서비스 등록고객수는 9775만명으로 전분기 말 대비 2.4% 증가했다. 스마트폰 뱅킹 등록고객수는 총 4034만명으로 지난 2009년 12월 서비스개시 이후 최초로 4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빠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창구거래에 익숙한 실버고객이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는 수준은 아직까지 극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통계상 2013년 말 기준 50대 이상이 스마트 채널을 이용하는 비중은 각각 10.0%와 3.5% 정도다.

문제는 기존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폰뱅킹에 대한 시각장애인 등 금융소외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 자체가 많이 낮다는 점이다. 은행권에서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60대 이상 실버계층 등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모바일·웹뱅킹 환경 구축을 위해 개선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지만 스마트금융에 대한 성장세와 견줘보면 극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

실제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뱅킹의 경우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춘 은행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설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가 국내 주요 카드사 10곳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대상으로 시각장애인의 사용여부를 조사한 결과 애플리케이션의 주요 서비스인 로그인, 이용대금명세서 확인, 이용내역 조회, 포인트 조회, 이벤트 확인 등 5개의 기능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카드사는 KB국민카드 단 한 곳 뿐이다.

또한 모바일 뱅킹의 주요 서비스인 로그인, 거래내역 조회, 계좌이체, 공인인증서 설치, 이벤트 정보 확인의 5개 항목에 대한 이용 실태 조사 결과 9개 은행 중 단 하나도 이용할 수 없는 은행이 4곳이나 됐다.


■ '보여주기식' 플랫폼 없애야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정보기술(IT) 융합비즈니스학과 문형남 교수는 "그나마 인터넷 뱅킹의 경우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성인식을 제공하는 은행들이 수년 전에 비해 많이 늘었지만 스마트폰뱅킹은 아예 접근조차 어려울 정도로 환경이 좋지 않다"며 "비대면 채널의 주된 고객층이 20~30대 젊은층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는 낮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단순히 웹 접근성 인증마크를 획득했다고 해서 실제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춘 은행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며 "특히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뱅킹의 경우 공인 인증기관 자체도 없을 뿐더러 단순히 보여주기식으로 인증 절차만을 우선 시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실제 금융소외계층들의 사용 편의를 반영할 수 있는 플랫폼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젠 인터넷뱅킹을 넘어 모바일뱅킹에 대한 이용률이 더 높아지는 추세인 만큼 무작정 스마트금융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사는 물론 정부까지도 이들 금융소외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나가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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