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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고분양가 폭풍]땅값 급등·무원칙 행정에 치솟아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9.21 18:12

수정 2014.11.05 11:55


고분양가 문제가 가을 분양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 실질분양가가 평당 평균 1800만원, 서울 은평뉴타운이 평당 1400만원으로 각각 결정되자 그동안 눈치만 보고 있던 민영아파트 분양가가 일제히 폭등하기 시작하면서 집값 안정기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8·31 대책 틀에서 융통성 없이 분양가를 결정한 정부와 지자체, 분양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한몫 잡아보겠다’는 시행사의 욕심에 밀려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은 더욱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분양시장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고분양가의 문제점과 해결대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치솟는 땅값, 시행·시공 이중적 구조 원인

분양가는 크게 원가와 이윤으로 구성된다. 원가는 땅값과 건축비, 기타 사업추진비로 나뉘는데 이 중 땅값과 공사비가 원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땅값은 IMF 이후 쓸만한 택지가 부족하면서 급등했다. 서울·수도권 일부 프로젝트는 사업비의 절반이 땅값으로 들어간다.

D건설 관계자는 “전체 사업비 중에서 건축비가 평당 300만∼400만원이고 나머지는 땅값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특히 서울·수도권은 땅값 비중이 너무 높아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여름 한 시행사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맞은편에 저층 주거밀집지역을 재개발하기 위해 건설업체를 물색했는데 땅값 보상비만 무려 1조원을 요구해 무산되기도 했다.

당시 제의를 받았던 G사 관계자는 “서울 강남에서 입지로는 최적이지만 땅값 보상비가 너무 높아 검토하다가 포기했다”면서 “이렇게 땅값 보상비가 높아지면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 시행사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고분양가 비난’ 등으로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행사와 시공사로 나눠져 있는 이중구조도 문제다. 시행사들의 편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시행사들은 프로젝트 한 건만 분양을 잘하면 수백억원의 수익이 생기기 때문에 분양가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고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종종 시공사와의 마찰로 틀어지기까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IMF 이후 건설업체가 땅을 가지고 있으면 투기 의혹을 받다보니 가능한 한 시공에 치중하는 것도 시행사들의 횡포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전했다.

■‘무늬만 공영개발’ 고분양가 촉발

이번 고분양가 논란을 촉발시킨 서울 은평뉴타운은 겉으로는 분명 SH공사가 맡아 추진하는 공영개발이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공공택지 범위에서 빠져 원가연동제나 채권입찰제 등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아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 때문에 서울 마곡지구와 인천 청라지구 등 공공기관이 개발을 주도하는 택지에서도 고분양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은평뉴타운의 경우 원가연동제 등 분양가 규제가 가능한 택지개발법 적용을 받지 않고 도시개발법에 따라 도시개발방식으로 추진돼 SH공사가 마음대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는 단초가 됐다”면서 “하루빨리 택지에 적용되는 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도시개발사업이라도 민간이 아닌 공공기관이 전면수용 방식으로 개발할 경우 공공택지 범위에 포함시켜 원가연동제나 채권입찰제를 적용하는 등 주변 집값을 자극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주승용 의원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공공택지 범위에 ‘도시개발법에 의한 도시개발사업’도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서서 주목되고 있다.

■무원칙 분양가 정책도 문제

원칙 없는 건설교통부의 분양가 정책도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건교부는 경기 성남 분당 집값 고공행진을 두고 ‘거품가격’이라고 노래를 불렀다. 그래놓고 판교신도시를 분양할 땐 분당 집값의 90% 수준에 분양가를 결정, 가격을 인정해 버린 꼴이 됐을 뿐 아니라 분양가 상승에 촉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 건교부는 한라건설이 경기 파주 운정에서 평당 1300여만원에 아파트를 내놓자 ‘고가분양’이라며 청약자들에게 ‘청약 자제령’까지 내리는 등 줏대없는 행정으로 비난을 샀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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