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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담합 형사처벌] 시장교란 입증 어려워 실효성 미지수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1.30 21:22

수정 2014.11.04 15:40


파행적인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는 아파트 가격담합 행위는 주로 부녀회를 주축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올 초부터 건설교통부가 일부 단지들을 적발해 정보업체 시세 게재를 일정기간 유보하는 제재조치를 취하면서 부녀회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지능적인 수법을 쓰고 있다.

■가격담합 어떻게 이루어지나

기존 가격 담합방법은 아파트 단지 주변이나 엘리베이터에 가격을 대폭 올려 “이 가격을 유지하자”는 식의 고지문을 붙이는 ‘벽보 통지형’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건교부 단속이 심해지면서 가격담합 형태도 은밀해졌다. 인터넷 단지 동호회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온라인 담합형’이 생겨나는가 하면 가격 벽보를 밤에만 붙였다 아침에 떼는 ‘올빼미 공시형’, 특정 매물의 대출 가능 가격만을 명시해 적정가격을 암시하는 ‘암시형’, 부녀회가 아닌 소모임 이름으로 벽보를 붙이는 ‘대리공시형’ 으로까지 발전했다.

특히 소모임을 통한 대리공시 방법은 외부적으론 단지 대표인 부녀회가 드러나지 않아 적발하더라도 담합으로 규정하거나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녀회들의 활동은 더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가격담합이 심한 단지의 부녀회 회원들은 한나절 동안 단지 내 중개업소 매물가격을 조사한 후 매물을 싸게 내놓은 주민들을 찾아가 가격을 올리라고 설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대부분의 가격담합 단지들은 호의적인 인근 중개업소와 결탁해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에 허위 거래한 뒤 시세를 게재하는 수법도 쓰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B공인 관계자는 “가격담합 행위가 실제 이루어지는 곳은 전단지가 붙은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부녀회와 결탁한 중개업소”라며 “부녀회 회원들은 단지 내에서뿐 아니라 매물을 다루는 인근 중개업소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고 혀를 내둘렀다.

■건교부 어떤 카드 꺼낼까

정부가 시세 정보업체와 부동산 업소, 지자체까지 불러모아 의견을 모은 만큼 실거래가 공개 이상의 새로운 대안이 나올 공산이 높다. 담합 행위가 시장을 계속 교란시킬 경우 특단의 조치로 담합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 제정까지 논의됐기 때문이다. 단 이미 기존의 형법을 통해 △업무방해 △공갈협박 등으로 처벌이 가능해 형사처벌을 위해 새롭게 법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건교부 관계자는 “법이 제정되더라도 소송으로 갈 경우 법원은 기존 형법에 준해서 판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럴 경우 새로운 법 제정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토로했다. 이에 형사처벌보다 수위가 낮은 벌금·과태료 부과 정도로 수위를 낮춰 법적 근거를 마련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담합행위에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경우 포상을 하는 ‘담파라치제’가 대안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보복’(?)을 두려워하는 중개업소들을 적극적으로 고소토록 유도하는 방안이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

■제재는 공감, 실효성은 미지수

전문가들은 부녀회 등의 가격담합에 대한 제재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인터넷 카페, 전단지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가격담합에 대한 정황적 증거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시장교란 혐의를 찾아내기도 힘들 뿐 아니라 동호회 등 커뮤니티에 행정력이 미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라며 “지금은 무조건 엄중한 처벌로 대응하기보다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시장을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팀장은 “지금 성행하고 있는 담합사례를 감안해 법적 제재조치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더 지능화될 것이 자명하다”며 “실효성 여부는 두고 봐야겠지만 정부가 의도한 대로 처벌강화를 통해 가격을 잡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114 김규정 팀장은 “벌금제도를 마련한다면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과거 공정위가 타당성과 논리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점, 주택이 개인 소유자산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거부감 및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김성환 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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