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미분양 늘자 무순위 ‘귀빈 대우’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1.21 17:36

수정 2014.11.07 14:41



‘이명박(MB) 시대’를 맞아 부동산 재테크 지도가 바뀌고 있다.

아파트 청약시장에선 청약통장 사용 기피로 순위 내 청약에서 대거 미달사태가 빚어지면서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무순위 청약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청약통장 신규 가입자가 크게 줄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신규 입주물량이 쏟아져 전세물량이 풍부해지면서 강·남북간 아파트 전셋값 격차가 크게 줄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분양가상한제와 청약가점제 등의 시행으로 청약시장과 재테크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면서 “따라서 실수요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맞춰 부동산 재테크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체 4순위 마케팅에 집중

지방에서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아파트 미분양이 수도권으로 확산되면서 건설업체들이 순위 내 청약보다는 무순위 청약에 마케팅을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순위 내 청약에서 미달된 아파트에 대해 순위 내 신청자의 계약체결 이전에 신청을 받는 것으로 선착순 접수와 차이가 있다.

실제 경기도 고양시 덕이지구 하이파크시티 신동아파밀리에는 총 3316가구 중 1∼3순위 신청자는 2100여명에 불과했고 4순위에는 2500여명이나 몰려 모집가구 수를 넘기기도 했다. 이처럼 무순위 청약에 수요자들이 몰리는 것은 지역거주나 청약통장 보유 여부에 제한이 없고 재당첨금지 등의 규제를 받지 않고도 로열층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견본주택을 아예 1∼3순위 청약 후 여는 경우도 있다. 청약통장을 가지고 1∼3순위 청약에 나섰던 수요자들은 분양가 3억∼4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지도 못하고 청약을 하게 된다.

경기 파주시 연풍리에 모닝스카이 229가구를 분양하는 동광건설은 지난 7∼9일 순위 내 청약접수를 마친 뒤 18일 견본주택을 공개했다. 4순위 청약을 염두에 두고 마케팅 전략을 짠 결과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미분양을 우려한 건설업체 사정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청약통장을 가지고 접수를 하는 실수요자들에게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북 전셋값으로 강남 전세마련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 강남지역의 대단위 재건축단지의 입주가 줄을 이으면서 전셋값이 크게 떨어져 일부 지역은 강북 전셋값과 비슷해졌다. S사에 다니는 L씨는 자신 소유의 동대문구 이문동 삼성래미안 115㎡를 2억3000만원에 전세놓고 대신 강동구 암사동 현대·대림아파트 109㎡에 비슷한 가격으로 전셋집을 얻었다. 그는 “예전 같으면 불가능했지만 강북지역 집값이 오르면서 강남과의 전셋값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면서 “하지만 매매가는 현대·대림아파트가 7억5000만원선으로 여전히 호가 거품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K공인 관계자는 “강남 전셋값이 모두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일부 지역은 입주 물량이 너무 많아 전셋값이 내렸고 빈집도 여전히 많다”면서 “겨울 방학을 이용해 전셋값이 싼 아파트를 고르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강북에 살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에 ‘원금보장제’ 아파트 등장

미분양을 한 가구라도 줄이기 위해 수도권에서도 파격적인 분양조건을 내건 아파트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대형 브랜드업체도 마찬가지다. SK건설은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171가구를 분양하면서 당초 중도금 60% 이자 후불제를 무이자로 바꿨고 대림산업도 서울 중구 황확동 263가구 중 중대형에 한해 중도금 60%, 잔금 30%였던 것을 중도금 30%, 잔금 60%로 변경했다.

동문건설 경기 수원시 화서동의 화서동문굿모닝힐 293가구에 대해 입주 후 3개월 이내 3000만∼4000만원의 웃돈이 생기지 않을 경우 계약자가 원하면 납부한 원금을 전부 돌려주고 계약을 해지해 주는 ‘원금보장제’를 도입했다.

■청약통장 가입자 큰 폭 감소

청약가점제 시행과 미분양 확산으로 청약통장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청약가점제 도입으로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해 1월 말 724만1476명에서 12월 말 691만1994명으로 32만9482명 감소했다.
1∼8월 13만9866명, 가점제가 시행된 9∼12월에 18만9616명이 빠져 나갔다. 또 지난해 11월 청약통장가입 700만명 시대를 마감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12월 말에는 691만1994명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넘쳐나고 무순위 청약이 일반화되고 있는 만큼 청약통장 소유자들은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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