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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갈등..택지지구내 학교신축비용] <하> 해결방안 없나..지상 좌담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9.17 13:22

수정 2014.11.06 00:50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서 교육당국과 해당 지자체, 사업시행자 간의 학교신축비용 부담 갈등으로 주택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학교용지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2000가구 이상의 주택을 지을 경우 사업시행자가 학교용지와 시설을 무상으로 공급하고 2000가구 미만 사업지는 학교용지를 지금보다 20%포인트 싼 가격에 지자체와 교육당국에 공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신도시 및 택지지구가 이미 사업승인이 난 상태여서 개정 특례법의 적용받는 곳이 거의 없는 데다 2000가구 미만 단지는 현행 공급방식을 그대로 유지키로 해 학교신설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뉴스는 교육당국의 박창식 경기도교육청 학교설립과장, 지자체의 김용연 경기도 교육협력과장, 택지개발 사업시행자인 김용구 한국토지공사 신도시사업처 용지팀장, 주택업계의 김의열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 등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지상좌담을 통해 학교 신축비용 부담에 대한 각계 입장과 해법을 들어본다.

―그동안 불거져 온 학교신축비용 부담 갈등이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에서 표면화됐다. 해결방안을 못 찾으면 5만가구가 넘게 입주하는 김포한강신도시에는 학교가 단 한 곳도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김의열=최근 김포시가 김포한강신도시에서 학교설립 계획 없이 건설업체에 아파트 분양승인을 했다는 이유로 입주자모집승인 취소 가처분신청과 분양승인 취소 청구소송까지 검토하는 등 학교신축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법정다툼으로 비화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이곳에서 첫 분양에 나선 한 건설사는 예상 밖의 저조한 청약률을 기록했고 오는 11월로 예정됐던 동시분양도 연기되는 등 주택업체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여기에 분양승인을 둘러싼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갈 경우 건설사들은 분양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물론 분양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우려된다.

▲김용구=가뜩이나 어려운 분양시장에서 학교문제로 민간 건설사에 더 이상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김포한강신도시에서 분양에 나선 건설사에 교육당국에서 “학교설립계획이 없음을 분양자에게 알리라”고 하고 이것도 부족해 “김포시를 상대로 입주자모집 취소 가처분신청을 하겠다”고 하니 어떤 수요자가 청약을 하겠는가. 이런 감정적인 대응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경기도교육청은 김포한강신도시가 1000만㎡ 이상의 개발사업지구여서 초·중학교 용지를 무상 공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지난 7월 정부 부처 간 합의 때도 감정가의 50%로 공급하기로 결정된 사항이다. 따라서 나머지비용은 지자체와 해당 교육청이 매입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

▲김용연=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김포한강신도시는 사업면적이 1000만㎡를 초과하므로 학교용지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상 초·중학교 용지를 개발이익 범위 안에서 무상으로 공급해야 한다. 토공은 관련 법규정이 임의 규정이므로 학교용지 무상공급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경기도의 예산이 한정된 만큼 학교용지 매입비용을 지원하기 어렵다.

▲박창식=경기도 입장과 마찬가지로 사업자인 토공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달 말께 분양 예정인 수원 광교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사업부지가 1000만㎡ 이상이므로 사업 시행자인 경기도와 사업 주체들(수원시,용인시, 경기도시개발공사) 간에 무상공급 여부가 아직까지도 합의되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초·중학교는 관련법에 따라 무상공급하고 고등학교 용지는 우선 사용하고 추후 정산하는 방식을 제안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광교신도시도 학교신축계획이 수립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분양이 불가능하다.

―학교신축비용 문제로 수도권은 물론 지방의 대규모 택지지구에서도 아파트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없나.

▲김용연=경기도는 매년 취학아동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정부의 신도시 개발 정책에 따라 매년 40∼50개의 학교를 신설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개발사업자가 학교신축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일반 재원인 취득·등록세로 특정 개발지역 주민을 위한 학교설립에만집중 투자해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긴다. 따라서 개발이익을 챙기는 사업시행자가 부담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

▲박창식=지자체에서 그동안 교육당국에 전입(납부)하지 않은 학교용지 매입비용을 먼저 줘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택지지구에서 원활히 학교를 설립하기는 어렵다. 경기도는 1996년부터 2007년 말까지 발생한 학교용지매입비 9660억원을 아직 전입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기도교육청은 금융권에서 분할상환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왔고 현재 갚아야 할 돈이 8037억원에 이른다. 교육당국의 예산이 바닥나고 부채까지 떠안고 있다는 얘기다.

▲김의열=그동안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서 사업시행자는 학교용지를 구획만 한 상태에서 민간건설사에 공급하면서 학교신축비용 문제를 주택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업체가 사업계획이나 분양승인 때 지자체와 교육당국이 학교설립을 전제로 승인해 주는 사례가 늘면서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택지지구 개발 때 사업시행자가 지자체, 교육청과 학교신축문제를 해결한 후 주택업체에 용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법제화해야 한다.

―학교용지특례법 개정안은 2000가구 이상 사업지는 학교용지와 시설을 사업시행자가 무상 공급하고 2000가구 미만 사업지는 학교용지 매입비용을 지금보다 20%포인트 줄이도록 돼 있다. 건설사들이 내는 학교용지부담금도 현행 총 분양가의 0.4%에서 0.6%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지자체와 교육당국의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나.

▲박창식=경기도에서만 학교용지 매입비용이 연간 32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부담을 한층 덜게 된다.

▲김용연=건설사들로부터 걷는 학교용지 부담금으로 현재 학교용지 매입비용의 10% 정도를 충당하고 있으며 부담금 비율을 50% 올리더라도 총 매입비용의 15%에 불과해 큰 도움이 안 된다. 또 2000가구 이상 사업지에서 학교용지를 무상 공급받더라도 법 시행 후 개발계획 승인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혜택이 없다. 경기도의 경우 이미 사업승인이 난 60개 택지지구는 개정 법령 적용에서 제외되며 이로 인해 3조원 이상의 재정부담을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다.

▲김용구=건설사로부터 걷는 학교용지부담금이 학교용지 매입비용의 10∼15% 수준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김포한강신도시는 신도시 전체에 계획된 22개교의 매입비용은 2800억원이지만 학교용지 공급가격이 20%포인트씩 낮아지면 1800억원으로 줄어든다. 경기도의 부담액은 900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건설사로부터 걷는 학교용지부담금은 600억원에서 900억원으로 늘어난다. 학교용지부담금만으로 학교용지 매입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자체와 교육당국의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사업시행자와 건설사 부담은 되레 커져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데.

▲김용구=민간건설사 등에 학교신축비용 부담을 떠넘기면 어떤 형식으로든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분양가가 올라가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분양받는 수요자가 떠안게 된다. 더구나 분양가 상승에 따른 취득·등록세 부담도 커져 소비자들은 이중피해를 보게 된다.

▲김의열=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택지조성원가와 학교용지부담금 상승으로 분양가격이 덩달아 오르고 사업성은 떨어져 주택공급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각계의 입장차이가 워낙 커 갈등이 쉽사리 해소될 것 같지 않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뭐라고 생각하나.

▲김용구=지자체나 교육당국은 건설사로부터 걷는 학교용지부담금을 잘 활용해야 한다. 지금은 학교용지부담금을 징수해도 당해 연도에 사용하지 못하고 다음 연도부터 사용하도록 관련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당해연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조례를 바꿔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많이 활용하는 TIF제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에서 관련 예산이 부족할 경우 향후 개발사업지에서 발생할 조세수입(취득·등록세 등)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선 차입해 향후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김용연=취득·등록세 인하 등으로 지방세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학교용지매입비용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은 더 이상 안 된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발생한 학교용지부담금 3849억원도 재원이 없어 현재 1610억원밖에 부담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무려 5378억원이나 부담해야 한다. 당해에 발생하는 비용도 처리할 능력이 없는데 과거분까지 모두 다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중앙정부에서 학교용지매입비용 미납액을 일괄적으로 경감해 줘야 한다.

▲김의열=학교용지특례법 개정안은 현재 개발 중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신도시에는 적용되지 않아 미봉책에 불과하다.
의무교육 대상인 초·중학교 용지 및 시설을 국가재정이 아닌 민간사업자에게 떠넘기는 것도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공공성과 배치되므로 학교용지특례법 개정은 백지화해야 한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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