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건설사 ‘분양가 할인’ 카드 통할까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10 19:13

수정 2008.11.10 19:13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고 자금난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건설사들이 미분양 사업장을 중심으로 분양가 낮추기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에는 기존 계약자들을 고려해 비공개적으로 미분양분의 분양가를 낮춰 파는 사업장은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분양가 인하 카드를 던지면서 기존 계약자들에게까지 분양가를 낮춰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분양가 인하폭에 비해 주변 집값 하락세가 워낙 가팔라 매수세를 끌어들이긴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10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풍림산업이 지난 6∼8일 대전 대덕구 석봉동에서 ‘금강 엑슬루타워’를 기존 분양가 대비 25% 할인해 판매한데 이어 동일토건은 9일 경기 용인시 신봉동의 ‘신봉 동일하이빌’아파트 분양가를 주택형에 따라 4∼10% 낮췄다. 임광토건도 오는 13일부터 용인시 상하면 ‘임광그대가’ 아파트 분양가를 11∼15% 인하해 팔기로 했다.

■‘분양가 인하’ 바람 확산될 듯

전문가들은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 이처럼 분양가를 낮춰 파는 사업장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건설사들은 이미 유동성 확보를 위해 분양가보다 20%∼50%씩 낮춰 대한주택공사나 대한주택보증에 미분양분을 팔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난에 몰린 건설사들이 ‘최후의 카드’로 분양가 인하를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장별로 계약률이 50%만 넘으면 공사 진행엔 큰 무리가 없으므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은 다소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분양가 인하를 통해 계약률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려면 기존 계약자까지 혜택을 줘야하므로 계약률이 높은 곳에선 사실상 어렵다”면서 “미분양 단지 중 계약률이 20% 이하인 곳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분양가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약률이 낮은 사업장에선 시간을 끌수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이자 등 손실이 불어날 수밖에 없으므로 시장이 어려워질수록 분양가 인하에 나서는 사업장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시세 계속 빠져 효과는 ‘글쎄’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궁여지책으로 분양가 인하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냈지만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주변 시세가 너무 가파르게 빠지고 있어 분양가를 낮춰도 여전히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가격이 높은 단지가 대부분이어서다.

‘신봉 동일하이빌’의 경우 할인율을 적용해 2블록 112㎡는 4억9656만원, 4블록 112㎡는 5억230만원, 4블록 206㎡는 9억135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아파트보다 입지가 나은 곳으로 평가받는 인근 LG빌리지(2002년 8월 입주) 208㎡(15층)는 최근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용인시 상하면 임광그대가의 경우도 가격을 낮춰 141㎡ 분양가격이 5억8900만원으로 낮아졌지만 역시 주변 시세보다 많이 높다.


용인 신봉지구 인근 L공인 관계자는 “용인 지역은 기존 미분양 아파트보다 가격이 20∼50%씩 저렴한 아파트가 널려 있다”면서 “분양가를 소폭 낮춘다고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낮춘다고 해서 서둘러 청약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일부 건설사 중에는 분양가를 일부로 높게 책정해 분양한 이후 이를 낮추는 식으로 마케팅을 준비한다는 소문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건설사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분양가를 낮춰도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으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실수요자도 서두르기보다는 주변 시세 등을 고려해 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