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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용인·분당 주택시장 “급매물·할인분양도 소용없어”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13 17:32

수정 2008.11.13 17:32


“분양권 전매를 허용하면 뭐합니까. 이미 죽을 대로 죽은 현재의 시장에서는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매물이 크게 늘어 시장을 더 위축시키고 있습니다.”(경기 용인시 신봉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

“최근 2∼3개월 동안 매매는커녕 전세 한 건도 중개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한 중개업소가 수두룩합니다. 이러다간 중개업자 모두 굶어 죽을 판입니다.”(경기 성남 분당신도시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

정부가 올해 들어 10여차례에 걸쳐 부동산 규제를 거의 다 풀었지만 경기 용인과 분당신도시 일대 주택시장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분양권 거래 규제를 푼 11·3 대책 발표 후에는 오히려 급매물과 분양권이 속출하면서 이들 지역 아파트시장은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12일 용인과 분당신도시 일대 주택시장을 둘러봤지만 중개업소에는 손님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분당신도시에는 한낮인데도 문을 걸어 잠근 중개업소가 곳곳에 눈에 띄는가 하면 일부 중개업소는 사무실 임차료를 내지 못해 쫓겨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매수세가 전혀 없어 어디가 바닥인지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용인, 일반매물·분양권 거래 완전 중단

경기 용인시 신봉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투기과열 지구에서 풀려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허용돼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분양된 신규 아파트 자체가 주변의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높거나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아 해당 업체가 할인 분양을 해도 소용 없다는 지적이다. 현지 A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일대의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1400만∼1700만원으로 주변 시세에 비해 비싸거나 거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아파트는 신규아파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싸지만 매도와 매수 간 호가 차이가 너무 커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일대 아파트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이 같은 호가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근 동천동 일대도 시장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양호한 분양실적을 거뒀던 한 대형 건설사 아파트의 경우 계약자들이 위약금을 물고라도 계약 해지에 나서고 있다.

동천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 분양가보다 5000만∼7000만원 낮춘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도 줄을 이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 거래시장 마비로 중개업소 안 돼 명도당해”

분당신도시의 아파트 시장은 ‘천당 밑에 분당’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침울한 분위기다. 분당신도시 가운데서도 노른자위 지역인 서현동 일대에는 중개업자들이 거래부진으로 영업이 안 돼 임차료마저 못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는 임대료 장기 체불로 주인으로부터 쫓겨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한때 8억원 이상을 호가하던 서현동 시범단지 한양·현대 등 99∼128㎡대 중형 아파트는 대부분 5억원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한양아파트를 5억5000만원에 내놓은 한 매도자는 “5억대 초반으로 가격을 협상하려면 연락도 하지 말라”며 자리를 뜨기도 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현동 한양아파트 112㎡대 경우 5억원선까지 내려왔지만 매도자를 직접 만나서 애기하는 경우 5억원 이하로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ameye@fnnews.com김성환기자

/사진설명=버블세븐 지역인 경기 성남 분당과 용인 일대 집값이 각종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추락하고 있다.
주택거래 마비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중개업소들의 폐업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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