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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불황의 ‘3대 그늘’] ③ “내년 계획은 무슨”..기존 미분양 판매도 벅차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27 18:29

수정 2008.11.27 18:29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데 내년 사업계획 어떻게 짜나요.”

건설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건설사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 침체도 문제지만 금융불안이 계속되면서 대규모 금융자금을 필요로 하는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등도 발주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더구나 그동안 물량이 쏟아지던 해외건설시장도 원유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가 잘 갖춰진 대형 건설사들조차 사업부서마다 내년 사업계획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중견 건설사들은 내년 사업계획 수립은커녕 아예 신규 수주를 포기하고 기존 미분양 주택 등을 판매하는데 매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들은 물론이고 대형 건설사들조차 사업부서별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들은 통상 매년 11월이면 경영기획실에서 사업부서별로 올라온 다음해 사업계획을 취합한 후 세부조정 단계를 거쳐 12월께 사업계획을 확정한다.

대형 건설 A사 주택담당 임원은 “국내 부동산시장이 다 죽었는데 내년 사업을 어떻게 짜냐”며 “분양해 봐야 미분양만 쌓일 게 분명하고 그렇다고 사업을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어 정말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회사 개발사업 수주를 담당하는 영업본부 관계자도 “금융위기로 인해 PF가 올스톱 상태라 내년 사업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이라며 “경영기획실에서는 계획을 빨리 올리라고 닦달하는데 사업계획을 짤 수가 없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건설사들은 아예 내년 1년치 사업계획을 짜기보다 차라리 분기별 계획을 세워 경기 상황에 맞게 운용해 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 건설 B사 임원은 “어차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1년치 사업계획 수립은 무의미하다는 내부 지적도 나오고 있다”며 “차라리 내년 1·4분기 계획만 세운 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변경해 가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유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해외플랜트 수주 텃밭이던 중동지역의 발주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 영업부서도 내년 사업계획을 줄여 보고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고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특히 주택사업을 위주로 하는 건설사 상당수는 아예 내년 사업계획 수립을 포기한 상태다.

중견건설 D사 관계자는 “내년 계획은 미분양주택을 최대한 많이 팔고 입주율을 높이는 게 전부”라며 “신규 수주는 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 사업계획이라는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 E사 임원은 “지금 중견 건설사들은 미분양에 자금난까지 겹쳐 회사의 존폐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기존 자산을 팔아서 유동성을 확보해서라도 살아남는 게 내년 계획”이라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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