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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불황의 ‘3대 그늘’] ① 주택분양 20만 가구 2009년 이후로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27 22:01

수정 2008.11.27 22:01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기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요기반이 사실상 붕괴된 부동산 시장도 끝없이 추락하면서 갈 길 바쁜 건설사들의 발목을 더욱 죄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는커녕 기존 사업을 줄줄이 미루고 있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경제상황 때문에 내년 사업계획 수립도 아예 포기해야 할 처지다. 건설업계가 ‘불황의 3대 그늘’에 빠져들고 있다.

■주택분양 20만가구 내년 이후로 이월

주택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주택건설사들이 올해 공급예정이던 아파트 중 20만가구를 내년으로 미뤘거나 미룰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파이낸셜뉴스가 ‘부동산써브’를 통해 집계한 건설사들의 올해 주택공급 계획물량 대비 실제 분양자료에 따르면 올해 안에 분양을 계획했다가 내년으로 사업을 연기한 아파트는 285개 사업장에서 총 19만9396가구에 이른다.
서울에서는 1만9919가구,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7만6802가구가 내년으로 이월됐다.

이 같은 이월 물량은 지금까지 실제 공급한 물량인 13만647가구(수도권 6만5245가구)보다 1.5배나 많다. 오는 12월 분양 예정물량이 1만4000가구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실제 공급물량은 15만가구를 넘어서기 힘들 전망이다.

부동산써브 윤지해 연구원은 “연말 분양 실적을 집계해 보면 보통 건설사들이 연초에 계획했던 분양물량보다 60% 정도 수준인 경우가 많다”면서 “올해처럼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분양을 연기한 물량 중에는 특히 도심 재개발 지역이나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및 김포한강신도시 등 수도권 유망 지역의 아파트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유망 분양 물량으로 손꼽힌 곳들조차 현재 상황에서 분양 성공을 자신하기 어려울 만큼 시장이 침체됐다는 이야기다.

서울에서는 내달로 예정됐던 삼성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의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2구역 내 아파트 1136가구가 내년으로 미뤄졌고 동부건설, 삼성건설이 계획했던 용산구 주상복합 3곳도 내년으로 이월됐다.

경기지역에서는 대우건설·서해종합건설이 내달 공급키로 했던 판교신도시 A20-2블록 948가구를 내년으로 미뤘고 경기 평택 청북지구와 용인 흥덕지구, 김포한강신도시 AC-2·AC-15·AC-16블록의 공급물량이 줄줄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인천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지난 5월에 청라지구 17블록에서 692가구를 분양한 이후 19블록 464가구도 곧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내년으로 분양을 연기하기로 방침이 정해졌다.

지방의 경우 경남 양산시 물금지구, 대전 서남부지구, 부산 정관신도시 등의 유망 택지개발지구에서의 공급물량이 대거 내년으로 이월됐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분양을 연기하는 업체들은 분양가 상한제 해제로 전매제한 규제가 좀 더 완화되기를 기다리는 곳이 많다”면서 “예고된 규제완화, 불확실한 시장 상황 등으로 인해 내년에도 분양 계획을 미루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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