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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직할시공제 ‘득보다 실’/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07 17:03

수정 2008.12.07 17:03



도매값이 소매값보다 싸다는 건 상식이다. 올해 농사가 풍년인데도 농민들은 농산물값 폭락이라는 또 다른 악재로 시름에 잠겨 있다. 산지에서 포기당 350원에 팔리는 배추가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자가격은 1800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은 5배 이상이나 뻥튀기된 가격에 분노하고 있다.

지금 상황을 ‘MB정부 식’ 해법으로 풀어보자. ‘배추거래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농민이 생산한 값을 소비자가 직접 구매토록 강제화해 배추 값을 소매가에서 도매가로 전환시킨다. 그러면 시장은 당연히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해법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배추거래특별법은 만들 수 없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서민주택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한나라당에서 ‘국민임대주택건설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산업구조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국민은 그렇게 해서라도 서민주택 공사비를 낮출 수 있으면 정부가 당연히 선택해야 할 제도라고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러나 국내 상황을 좀 더 깊게 보면 국민이 기대하는 것보다 위험부담이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일정 부분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런데 그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 오히려 거래 단순화에 따른 비용절감 혜택보다 예비입주자들에게 위험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아파트 공급은 대규모 단지이면서 선분양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규모 단지 건설은 종합건설업체들이 원계약자로 일종의 도매상 역할을 한다. 그리고 원계약자는 건설자재원별로 전문시공업체(일종의 소매상)들에 하도급을 준다. 통상 20여개 하도급업체의 개별 생산서비스를 종합해 아파트라는 상품을 완성, 일반 입주자에게 제공한다. 전문시공업체들은 직접 생산자 역할을 하고 종합건설업체들은 전문 공종별 공사계획 및 조정, 발주자와의 계약행정 업무를 담당한다. 물론 입주자 보호를 위해 아파트단지에 대해 계약, 품질 및 분양보증까지 책임진다. 여당은 특별법을 통해 종합건설업체들이 하는 이런 책임 역할을 공공발주기관들이 하도록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시도하고 있다.

일부 여권에서 시도하고 있는 특별법 제정은 몇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전부가 아닌 극히 일부 공사를 가능케 하기 위해 특별법까지 제정해야 하는가 하는 ‘법 만능주의’가 문제다.

또 공공기관에 시장의 기능과 역할까지 맡기는 것은 MB정부의 정책철학과도 배치된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이 ‘직접시공’을 해서 공사원가를 위험부담 없이 낮출 수 있다면 지금까지 공공기관에 비용낭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불어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장하는 MB정부가 어느 선진국에서 공공기관이 ‘직접시공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특별법까지 제정하는지를 밝혀야 한다.
입주자 보호를 위해 공공기관이 부담해야 할 추가적인 비용을 공사원가에 포함시키지 않고 국민 세금으로 해결하려면 무엇 때문에 직할시공제 특별법까지 만들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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