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올 부동산시장 어떻게 변할까](상) 주택시장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1.04 19:49

수정 2009.01.04 19:49



장기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에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서울 강남권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에서 지난해 집값이 반토막나는 사례가 속출했다.

특히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여부에 따라 등락을 반복했지만 올해는 외부요인인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대 복병’으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국내 경기가 회복되는 것을 전제로 올해 하반기 이후 바닥을 찍고 서서히 ‘L’자 또는 ‘U’자 곡선을 그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급락의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지속적인 규제완화와 세제개편을 통한 수요 진작,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재개 및 대출금리 인하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더불어 실수요자들은 내집마련을 서두르기보다는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반등 기미가 보일 때 매입에 나서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파이낸셜뉴스는 2일 김학권 세중컨설팅 사장,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 김용진 부동산뱅크 본부장,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 고종완 RE멤버스 대표,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등 전문가 6명과 지상좌담을 통해 기축년 부동산 시장을 미리 내다봤다.


―올해 주택시장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어떤 게 있을지.

▲박원갑 소장=무엇보다 실물경기 회복 여부라고 본다. 그동안 경제 여건과 같은 대외변수는 사실 주택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여부와 이에 따른 국내 실물경기 회복이 가장 큰 변수라고 생각한다.

▲김학권 사장=맞다. 금융시장이 가장 큰 변수다.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소 진정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제부터는 대기업을 비롯한 산업계의 구조조정이 불어닥친다. 이렇게 되면 수요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따라서 실물경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고종완 대표=실물경기 회복과 함께 규제완화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지난해 말 서울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 예고 후 강남 재건축단지에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매물이 소진되고 회수되는 등 급격하게 반응했다. 추가적인 규제완화와 대출금리 인하가 또다른 중요 변수다.

―주택시장은 언제쯤 회복될 수 있다고 보나.

▲김학권 사장=금융시장이 올해 상반기 중 안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지난해와 같은 양상은 펼쳐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기 때문에 강남은 물론이고 강북도 현재보다는 오를 것이다. 2006년 말의 최고점까지 회복되긴 어렵겠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최고점 대비 80%까지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김용진 본부장=맞다. 경제 전반에서 금융불안이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현재 상황은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쯤에는 낙폭이 컸던 지역의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세상승을 논하기는 다소 이르다고 생각한다.

▲김선덕 소장=올해 하반기쯤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반등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아마 전국 평균 6∼7%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고종완 대표=그러나 실물경기 위축으로 인한 수요 부진과 미분양 아파트가 문제다. 정책변화, 금리, 경기흐름, 수급, 투자심리 등 5대 변수를 종합해 보면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혼재한다. 따라서 상반기 중 5% 정도 추가 하락하고 하반기에는 보합이 예상된다. 올해 급격한 추세전환은 힘들어 보인다.

▲박원갑 소장=오히려 더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 국내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어 올해 1·4분기에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본다. 현재로서는 주택시장을 이끌 수 있는 동력이 매우 약해져 있는 만큼 곧바로 반등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올해는 바닥을 다지는 ‘L자형’이나 아주 완만한 ‘U자형’의 가격흐름을 보일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규제를 풀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주택시장 회복을 위해 추가로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박상언 대표=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는 양도세 특례제도 부활과 시중은행의 가계담보대출 금리 인하가 시급하다. 또 현재 거론되고 있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폐지해야 한다. 공공택지지구 내 주택공급 시기도 다소 늦춰야 한다. 공급이 너무 많다.

▲김학권 사장=강남권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현재 집값이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깡통아파트’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자들은 여전히 집값이 더 내릴 것으로 생각하고 관망세를 보이면서 집값이 계속해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내 부동산시장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까지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을 막으려면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한데 강남권 규제완화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박원갑 소장=맞다. 그동안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했지만 가시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규제완화를 비롯한 거시적인 경제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

▲김선덕 소장=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본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규제완화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 등 부동산 시장 외적인 변화가 더 크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강남, 경기 분당 등 버블세븐 지역에서 반토막 아파트가 늘고 있다. 버블세븐이라는 용어처럼 그동안 이들 지역 집값이 거품붕괴 과정에 있는지, 아니면 일시적인 급락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김선덕 소장=반토막 아파트는 극히 일부고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안 내렸다고 본다. 일시적인 급락세는 아니다. 지난해에는 대출규제와 경기침체로 인한 대출압박 등으로 하락했지만 올해는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률 증가로 인한 수요감소로 더 떨어질 것이다.

▲박원갑 소장=버블세븐 지역은 지난 수년간 과도하게 올랐던 집값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업률 증가로 추가 하락도 불가피하다. 다만 낙폭이 클수록 바닥권 거래도 일어날 수는 있겠지만 급등세로 돌아서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박상언 대표=거품이 걷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던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와 맞물려 고가·대형 아파트의 수요감소는 필연적이라고 볼 때 일시적인 급락은 아니라고 본다.

▲고종완 대표=거품이 걷히는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추가 하락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까지의 낙폭과 미국 등 주요국의 하락률을 비교해 볼 때 저점 근처에 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추가 하락보다는 반등에 무게를 두고 싶다.

―시장에서는 집값의 추가 하락 가능성과 바닥매수 기회라는 상반된 시각이 맞서면서 수요자들이 크게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본다면 내집마련 시기와 전략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나.

▲김선덕 소장=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거래가 증가하고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시기가 와야 집값이 뛰기 때문에 전셋값이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에 매입에 나서는 게 좋다. 그 시기는 2010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소장=투자보다는 실수요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 과거와 같이 단기간에 급등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기를 따지기보다는 입지 여건이 좋은 곳을 대상으로 고점대비 하락폭이 큰 단지라면 매입에 나서는 것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학권 사장=너무 보수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반등세를 탈 때 그때가 매수에 나설 때라고 본다. 아직은 이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잦아들면 낙폭이 컸던 강남권 등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고종완 대표=맞다. 의외로 현재 가격보다 조금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반기가 매수적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강남권은 지난 한 해 동안 입주물량이 2만6170가구나 쏟아지면서 하락 폭이 더 커졌으나 올해는 입주물량이 4506가구로 뚝 떨어진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택시장이 아무리 침체돼도 뜨는 곳은 있다. 올해 주택시장 양극화도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주목할 만한 곳이 있다면.

▲고종완 대표=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곳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역시 강남 재건축단지와 역세권 중소형 주택이 유망해 보인다.

▲김학권 사장=자금력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강남권 재건축 입주단지를 주목해야 한다. 서울 서초구 반포, 송파구 잠실 등에서 입주하는 아파트는 과거 고점대비 4억∼5억원씩 내린 상태다. 입주물량이 몰리면서 하락했지만 주거가치가 떨어져서 하락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재건축 예정단지보다 오히려 유망하다.

▲박원갑 소장=낙폭이 큰 강남권과 한강변 아파트단지는 저점에서 매수를 고려해볼 만하다. 특히 한강변 개발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매력이 있다.

▲박상언 대표=올해 개통되는 9호선 라인에 관심을 둘 만하다. 강서 마곡동과 동작 흑석동 지역을 유망지역으로 추천하고 싶다.

―지난해 강남지역에서 신규아파트 입주가 몰리면서 초유의 역전세난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까.

▲고종완 대표=올해부터 강남권 신규공급 물량이 급감하기 때문에 역전세난은 해소될 것이다. 다만 서초구는 래미안퍼스티지 2444가구가 7월 중 입주하지만 역전세난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선덕 소장=상반기까지는 역전세난이 계속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공급과잉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본다.

▲박원갑 소장=꼭 그렇지만은 않다.
매매가격 하락에 따른 전세수요도 줄어들기 때문에 공급과잉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경기불황이 계속되면 역전세난은 오래갈 수도 있다.
경기 남부권은 판교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약세가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사회·정리=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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