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현장르포] 달아오르는 부동산 경매시장

김명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08 17:37

수정 2009.04.08 17:37



“법관님. 낙찰가는 좀 크게 불러주세요. 법정이 소란스러워서 뒤쪽에 있는 사람은 잘 안들려요.”(서울중앙지법 경매 법정 내 한 경매참가자)

8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은 입찰 개시 시간인 오전 10시 이전부터 좋은 물건을 싼 값에 구하려는 투자자들과 경매 수강생 등 500여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법정안의 160여개 좌석은 개정과 동시에 일찌감치 동이 났고 자리를 잡지 못한 투자자들은 건물 안팎에 마련된 간이 의자에서 커피를 마시며 서로 얘기를 나눴다.

서울 중앙지법 경매 9계 담당자는 “요즘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여선지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경매시장에 입찰참가자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30분. 개찰을 알리는 부저가 울리자 복도를 배회하던 입찰자들이 밀물처럼 법정 안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관심을 끈 유망 경매물건의 낙찰가격과 낙찰자가 결정되면서 법정 안은 낙찰자의 함성과 낙찰에 실패한 투자자들의 한숨 소리가 교차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감정가 18억5000만원짜리 고급빌라는 70%인 13억100만원에 낙찰됐다.
특히 이 물건은 차순위 입찰자가 낙찰자보다 100만원을 적게 써내 낙찰에 실패하면서 아쉬움을 더했다. 경매 법정에 선 한 입찰자는 뒷 좌석에 앉은 동료를 가위표를 그려 보이며 “아깝다”고 표현했다.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4명이 경쟁을 벌인 끝에 최저경매가격인 17억6000만원을 훌쩍 웃도는 19억3770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의 차순위 입찰자는 입찰가격을 18억8888만8880원으로 써내 참여자들로부터 웃음을 자아냈다. 현장에서 경매정보지를 돌리던 이 모씨(40·여)는 “낙찰에는 운도 따르기 때문에 입찰 금액을 자신이 선호하는 숫자로 제출하는 사람도 많다”면서 “하지만 10원대까지 8자를 쓴 사람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중앙지법에서는 이날 모두 76건의 물건이 나와 25건이 낙찰됐다. 경매물건당 평균 입찰 경쟁률은 4.36대 1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아파트가 여전한 강세를 보인 가운데 고가 아파트보다는 5억원 미만의 중저가 아파트에 관심이 집중됐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두산아파트 경매물건에는 이날 가장 많은 19명이 몰린 가운데 감정가격의 83%인 4억5652만원에 낙찰됐다.

김모씨(38·공인중개사)는 “최근 경매시장에 사람이 많이 몰리면서 경매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면서 “이런 시기가 좋은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귀띔했다.

한편 서울지역 주거용 부동산의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 12월 이후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0.81%, 서울지역 전체 주택 낙찰가율이 지난 3월 78.82%까지 치솟았다. 아파트는 78.47%를 기록했고 다세대·연립은 80.70%로 80%를 넘어섰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주거용 부동산의 낙찰가율이 지난해 말 저점을 찍은 뒤 올해 들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앞으로 경매 시장도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mjkim@fnnews.com 김명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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