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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 틀이 바뀐다] <1> 입찰제도 개선-① 턴키입찰제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26 19:14

수정 2009.04.26 19:14



정부가 공공공사 입찰 및 낙찰제도를 포함해 일반·전문업체 간 업무영역 폐지, 건설보증시장 개방 등 건설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건설산업 선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건설선진화 방안(3·26 대책)은 지난 수십년간 이어져 온 낡은 관행을 타파하고 건설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이 대책은 국내 건설산업의 근간을 바꾼다는 점에서 ‘개혁’으로 평가된다.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난 만큼 업계는 물론이고 관련 단체 등에서도 ‘이해득실’을 따지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설선진화 방안과 관련, 기획재정부는 국가계약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계약제도 전반을 손질 중이며 국토부는 조만간 공공기관발주기관협의회와 민·관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세부 시행방안 마련에 들어갈 계획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정부의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 추진 배경과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 개선책 등을 담은 ‘건설산업 틀이 바뀐다’ 기획시리즈를 진행한다.


“발주 규모가 크고 사업성이 양호한 주요 턴키(설계시공 일괄수행) 공사에 대한 발주처의 설계심의가 이뤄지는 때는 전국 3000여개의 공사현장이 일을 못합니다. 풀(pool)에 속해 있는 심의위원 중 누가 심의위원으로 뽑힐지 몰라 현장 직원들이 심의 전날부터 모두 대기하고 있다가 본사에서 연락이 오면 당장 해당 심의위원에게 몰려가거든요. 그러니 일이 되겠어요….”

한 대형건설사의 영업 담당 A임원은 현행 턴키공사 발주 및 심의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하면서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대표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건설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바로 공공건설공사의 입찰 및 낙찰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사 입찰·낙찰은 수주산업인 건설산업의 토대인 데다 이 제도의 운용에 따라 공사의 품질 확보와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턴키심의, 건설개혁 첫 시험대

턴키공사 심의는 전국의 대학교들을 상대로 ‘풀’ 체제로 운영된다. 건설 분야에 관계된 대학 교수는 전국적으로 1만여명이고 이 중 3000여명이 자주 심의위원에 뽑힌다. 턴키공사 설계심의 때는 발주처에서 심의 하루 전날 저녁에 교수에게 통보하고 다음날 아침에 심의장소로 나오게 한 뒤 3∼4시간 심의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선정된 심의위원 명단이 미리 새 나갈 수도 있고 이마저도 안되면 건설사에서 유력한 교수의 집 앞에 차를 대기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같이 움직이기도 한다. 그 만큼 건설사의 입김에 심의가 휘둘릴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사회가 성숙되고 비리 정화 차원에서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극히 일부에서는 로비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턴키심의제 개선방안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심의위원 풀 방식을 아예 폐지하고 발주기관 직원을 중심으로 자체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턴키공사를 심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 심의위원 명단은 사전에 알리고 심의결과도 공개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도 적극 찬성이다. 특히 심의위원 명단과 점수를 공개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발주처 자체 심의위원회 기능에 대해서는 다소 걱정스럽다는 입장도 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심의위원을 최소화하고 그 분야에서 전문가들로 구성해야 한다. 또 발주처 공무원들도 설계 심의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GS건설경제연구소 이상호 소장은 “평가기관을 소수 정예화하고 심의위원을 줄이는 게 성공의 핵심”이라며 “하지만 발주처마다 자체심의위원회를 만들 경우 심의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국토부에 중앙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심의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과연 행정안전부 소속 지자체들이 자체 공사를 직접 심의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고 이를 강제로 가져와 심의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따라서 “국토부 산하 공기업과 광역자치단체 정도에만 심의위원회를 두고 대학 교수나 연구원보다는 발주기관에서 직접 심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심의방법도 선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심의위원들에게 며칠씩 시간을 줘 검토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건설업체를 선정하는 선진화된 심의방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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