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건설사업 틀이 바뀐다] <1> 입찰제도 개선-2 최저가낙찰제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28 17:32

수정 2009.04.28 17:32



“지난해 정부가 발주한 공공공사 중 53%가 최저가낙찰제 공사입니다. 그나마 수주하면 다행이죠. 가격만으로 경쟁하다 보니 주택복권에서 ‘준비하고 쏘세요’ 하는 식으로 ‘운’에 의해 수주 여부가 좌우됩니다.”(대형 건설사 관계자)

건설업체 수주담당 임직원은 최저가낙찰제를 ‘운찰제’라고 부른다. 가격을 가장 낮게 써낸 업체부터 적정성 심사를 거쳐 수주 여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에 가격과 운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다. 이렇다 보니 최저가낙찰제 공사는 평균 낙찰률이 50∼60%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에 대해서는 공사를 맡기지 못하도록 입찰가격 적정성 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최저가낙찰제 ‘운찰제’로 변질

최저가낙찰제의 도입 취지는 공공사업의 예산을 절감하자는 것이다. 최근 최저가낙찰제 발주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4대강 살리기사업에도 최저가낙찰제와 적격심사 대상 공사가 절반을 차지한다. 현대건설과 삼성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는 턴키공사에는 자신이 있지만 최저가낙찰제는 중견·중소업체와 경쟁해야 할 처지여서 수주를 장담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대·중·소형 건설사 누구나 관계없이 무조건 가격만 맞추면 수주하게 돼 있어 기술력이나 설계능력 검증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산수 잘하고 운만 좋으면’ 수주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출혈 수주로 장기적 경영부실화

건설업체들이 당장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저가공사 수주에 열을 올리지만 대부분 적자 시공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달청 등 각 발주기관이 설계가격에서 평균 15%를 삭감한 채 기초 및 예정가격을 만들기 때문이다.

건설사의 또다른 관계자는 “예정가격의 72% 수준에 낙찰받더라도 설계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61%밖에 안된다”면서 “시공사는 결과적으로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의 한 최고경영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 공공사업 예산 10% 절감 운동이 펼쳐지면서 설계가가 무려 25%나 삭감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경우 낙찰률이 90% 이상 돼야 최소한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설계가격 삭감으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하도급업체와 재하도급업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원도급업체와 하도급업체의 계약서를 감독하고 하도급대금 지급 여부도 관리하지만 원칙적으로 원도급업체와 하도급업체는 갑과 을의 관계이기 때문에 발주처의 눈을 피해 얼마든지 이면계약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찰제 요소 없애고·품질기준도 평가해야

건설업계는 ‘운찰제’ 요소가 많은 최저가낙찰제 대신 순수내역(물량·공법 등을 건설사가 산정·제안) 및 대안제시를 활성화하고 최저가격 중 비상식적인 가격에 대해서는 낙찰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상식적인 낙찰가격에 대해서는 정부도 낙찰될 수 없도록 건설선진화 방안에서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순수내역 역시 이번 제도 개선에 포함됐다. 하지만 건설업체의 경쟁이 심화될 경우 낙찰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최고가치낙찰제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최고가치낙찰제는 가격 외에 기술력이나 품질, 공사기간 등을 종합평가해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제도다.


GS건설경제연구소 이상호 소장은 “수요기관과 조달청으로 이원화된 공공발주제도를 일원화하고 공사 수주를 위한 ‘계약단가’ 대신 실제 공사 수행에 투입된 단가인 ‘준공단가’를 발주예정금액을 산출하는 기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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