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건설 PF가 변해야 시장이 산다] (상) 주택공급 가로막는 개발형 PF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04 17:13

수정 2009.05.04 17:13



민간부문의 주택공급 활성화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현행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PF는 부동산 개발 등 각종 개발사업을 벌일 때 사업자의 경영상태에 의존하지 않고 해당 프로젝트의 현금흐름(사업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우리나라 개발시장에는 2000년대 초부터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의 PF는 연 10%가 넘는 고금리에다 시공사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면서 단순 ‘담보대출’의 굴레를 못 벗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초대형 복합개발 프로젝트나 민간 주택건설 사업의 추진이 지연돼 사업이 겉돌거나 신규 사업 불발로 주택공급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현행 PF의 실태와 문제점,개선방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PF가 변해야 건설사가 바로선다’ 시리즈를 진행한다.

#사례)주택건설 전문 중견건설업체인 A사는 지난 3월 가까스로 부도위기를 넘겼다.
2004년 영남권에 900여가구의 주택단지 개발사업을 하면서 PF방식으로 조달한 300여억원의 대출금 만기가 도래했지만 미분양으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이 회사는 수차례에 걸쳐 해당 은행을 찾아가 사정한 끝에 대출금 300여억원 중 43억원을 우선 상환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금리를 연 1.3%포인트 올리는 조건으로 상환기간을 3개월간 연장했다. 그러나 해당 사업장을 비롯해 미분양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아 최종 만기일인 6월 말에 남은 금액을 갚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주택경기가 장기 불황에 빠져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금융권의 ‘PF대출 옥죄기’와 ‘과다한 담보 및 금리인상 등으로 주택단지 조성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지방 등지에 미분양이 많은 중견건설사들은 기존 PF대출자금 및 이자상환을 못해 줄줄이 부도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PF대출은 한때 건설사들에는 손쉽게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기법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금리가 연 10%대에 달하는데다 시공을 맡는 건설사들이 모든 위험을 책임지도록 하는 잘못된 대출방식으로 인해 요즘 같은 시장 침체기에는 되레 ‘독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공사들,“PF대출은 계륵”

시행사와 시공사 그리고 금융권으로 이뤄지는 현행 PF사업에서 건설업체인 시공사가 가장 불리하다. 사업을 주관하는 시행사는 일정 수준의 사업부지를 확보한 뒤 사업승인 과정에서 이뤄지는 금융권의 대출 갈아타기 과정에서 시행이익까지 모두 챙겨 나가는 경우가 많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는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시행사는 은행대출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를 통해 이미 시행이익은 어느 정도 챙겼다고 볼 수 있다”며 “분양사업이 성공할 경우 시행사는 추가로 이익을 챙기기 위해 역할을 계속 하지만 분양성이 떨어지면 부도를 내고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금융권도 사업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이익만 챙기는 구조다. 일단 PF대출이 이뤄지면 연 10%대의 고금리를 매년 꼬박꼬박 거둬갈 수 있는데다 사업진행과정에서 계약자의 중도금대출, 잔금대출 수주 등으로 파생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 불리할 게 없다. 더구나 대출금도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시공사(건설사)에 지급보증을 요구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시공사가 부도나지 않는 한 원금을 떼일 염려가 없다.

건설사의 한 자금부서 관계자는 “현재 PF사업은 해당사업이 실패하더라도 금융권과 시행자는 일정부분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라며 “하지만 시공사는 모든 사업이 일정대로 추진돼야 겨우 10%안팎의 시공마진을 챙길 수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초고금리에 대출금 상환도 승계

건설사들은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점에다 연 10%를 훌쩍 넘는 고금리도 울며 겨자먹기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건설사 한 관계자는 “10%가 넘는 고금리는 결국 분양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주택시장이 좋을 때는 이게 전혀 문제가 안됐지만 최근처럼 시장이 안 좋을 때는 분양가를 낮출 수 없는 주요인으로 작용해 사업 지연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대출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시행사가 고의 부도를 내거나 잠적하는 경우도 많아 결국 시공사가 시행사의 대출원금을 고스란히 떠안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건설업계가 미분양 증가 등으로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하면서 대출만기 연장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에서 예로 든 A사의 경우 신용등급이 좋아서 현재 연 12.6%의 대출이자를 내고 있지만 상당수 건설사들이 대출만기를 연장할 경우 10%대 후반까지도 이자를 물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착공조차 안한 사업장의 경우 금융권에서는 아예 대출 연장이 아니라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며 “상당수 건설사들이 10%대 후반의 금리를 계속 내면서 사업을 지속할 경우 결국 그 사업은 망가질 수밖에 없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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