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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PF가 변해야 시장이 산다] (중) 공모형 PF 실태·문제점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05 18:13

수정 2009.05.05 18:13



최근 3년간 활황세를 유지하던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연되거나 좌초되는 등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공모형 PF사업은 일반 PF와 달리 대부분 사업규모가 1조원을 넘는 초대형인 데다 주거, 업무, 상업, 문화시설 등이 어우러진 복합개발 형식으로 진행돼 건설사를 비롯한 투자자들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 왔다. 이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 산하기관 등이 사업자를 공모할 경우 막대한 초기 사업비 부담에도 건설사를 포함해 금융권이 너도나도 사업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권이 공모형 PF사업에서 하나 둘씩 발을 빼기 시작하면서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금융권, 원금에다 수익률 보장까지 요구

공모형 PF사업이 이처럼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금융권이 사업 초기부터 과도한 이익보장을 요구하면서 해당 프로젝트의 사업성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도 공모형 PF사업의 시행자로 참여하고 있으면서 대출금에 대해 연 9% 이상의 금리를 받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나아가 사업진행과정에서 손해가 날 경우에도 주관회사측에 원금 보장과 일정 수익률까지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PF사업 담당자는 “금융권도 엄연한 공동투자자이면서 다른 투자자들에게 원금에 일정 수익률까지 보장하는 약정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결국 재무적 투자자 아닌 고리대금업을 하겠다는 얘기”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PF사업담당자는 “같은 사업자이면서도 이 같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갖은 핑계를 대면서 자금조달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고 있다”며 “금융권은 사업의 성패를 떠나 철저하게 자기 몫만 챙기려는 경향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재무적투자자 비율 높였지만 사업성은 후퇴

이처럼 일부 금융권의 이권 챙기기가 심해지는 것은 발주처의 내부 규정도 한몫하고 있다. 공모형 PF사업이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사업임을 감안해 발주처들은 사업자 선정 때 재무적투자자(FI)의 비율이 높을수록 가산점을 높게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의 재무적투자자 비중은 24.6%, 경기 성남 판교역세권사업은 32%, 경기 파주운정상업용지PF사업은 36.5%까지 상승한 상태다. 발주처에서는 사업 안정성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 비율이 높을수록 PF자금조달이 용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독과점을 형성해 조달금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건설업체들은 지적한다.

한 대형건설사 PF 담당자는 “예전에는 재무적 투자자 비율을 5% 이상으로만 규정했을 경우에는 오히려 공동투자한 재무적투자자와 다른 금융권과의 경쟁구도가 형성돼 금리가 낮아지는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재무적투자자 비율을 높이다 보니 경쟁구도가 아닌 독과점구조가 돼 금리가 되레 높아졌다”고 말했다.

■PF사업, ‘은행만 배불린다는’ 지적도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PF사업이 은행권만 배불리는 사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는 총 사업비 28조원 규모의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을 봐도 한 눈에 드러난다. 사업시행자인 용산역세권개발측은 코레일 부지 매입비 8조원을 PF를 통해 조달하는데 2015년까지 금융권에 이자비용만 무려 1조2500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분납에 따른 이자비용만 계상된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이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사업성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PF자금 조달을 거부하고 있어 용산역세권개발은 코레일에 지급해야 하는 연 17%대의 연체이자까지 합쳐 엄청난 규모의 금융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건설사 한 관계자는 “최고의 사업성을 갖고 있다는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을 놓고 사업성이 없다고 하는 것은 결국 금융권이 과도한 이익을 챙기기 때문”이라며 “금융권의 PF대출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공모형 PF사업도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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