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현장르포] 보금자리주택 예정단지 분위기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12 18:48

수정 2009.05.12 18:48



“전혀 움직임이 없어요. 문의전화조차 한 통 오지 않네요.”

정부가 수도권 내 그린벨트를 해제해 보금자리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한 다음날인 12일 오후 해당 지역인 경기 하남 미사지구 내 풍산동 써브공인 이상익 대표는 “별로 기대도 안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수용예정지역의 땅값은 농경지가 3.3㎡당 200만원, 일반주거지역은 500만∼1500만원 수준”이라면서 “향후 보상가격을 계산해 보면 시세차익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가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 미사지구는 이번에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로 한 전체 4개 지구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커 상당한 수혜 효과가 기대되지만 시장은 잠잠했다. 풍산공인 이기원 대표는 “이 지역 땅값은 몇 년 전부터 신도시 지정 움직임, 그린벨트 해제 소식 등으로 많이 올라 있는 상태”라면서 “이곳 땅값이 갑자기 뛰거나 토지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오히려 향후 토지보상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기대하고 있다.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이 인근 토지시장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토지보상을 받으면 이번에 수용되는 지역 인근 땅을 사겠다는 토지주들이 있다”면서 “인근 땅값이 오를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보금자리주택 4개 지구, 토지시장 잠잠

이 같은 분위기는 서울 강남 세곡지구와 서초 우면지구, 경기 고양 원흥지구 등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세곡지구 내 부동산랜드 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발표했을 때 잠시 문의전화가 왔었지만 지금은 문의전화도 없고 거래는 소강 국면”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초구 우면지구 우면동 LG공인 관계자는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발표 이후에도 문의전화는 없다”면서 “지역에 호재가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시 원흥지구 인근 행신동 산보공인 관계자도 “이 지역엔 토지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고 수요도 없다”면서 “그린벨트가 해제된다면 시세가 다소 오를 수는 있겠지만 아직 별다른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 가운데는 오히려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사람도 있었다. 해당 지역이 보금자리주택을 지을 입지로 적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서초구 A공인 관계자는 “토지가격을 고려할 때 강남구 세곡지구와 서초구 우면지구에 들어설 보금자리 주택 분양가는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서민주택 단지를 건설하려는 정부 계획이 잘 진행될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B공인 관계자는 “고양시는 이미 삼송지구가 수도권 최대 규모의 국민임대주택단지로 개발되고 있는 데 또 다른 보금자리 단지를 만든다면 지역 전체가 저가주택·서민주택 동네라는 이미지로 굳어질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지오랜드컨설팅 문제능 사장은 “보금자리주택 인근 택지는 대부분 몇 년 전부터 그린벨트 해제나 개발 계획 소문이 돌았던 곳으로 이미 살 사람은 다 샀다”면서 “추가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2기신도시 수도권 외곽 주택엔 부정적

이번에 지정되는 보금자리주택 4개 지구가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와 인천 검단신도시 등 2기 신도시 등과 비교해 분양가격이 15%정도 싼 데다 입지 여건도 탁월해 수도권 외곽 택지지구는 더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오는 9월부터 보금자리주택 분양이 바로 시작되기 때문에 내집마련을 준비하는 서민들이 매수 계획을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기존 서민 주거 단지인 도봉·노원·강북 등 서울 강북지역과 2기 신도시 등의 수요 감소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투모컨설팅 강공석 사장은 “이번에 대규모 보금자리주택단지 건설 계획이 발표되면서 저렴하게 수도권에서 내집마련을 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더 커졌다”면서 “최근 경기도 용인과 화성 동탄2신도시 등까지 수요자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관망세가 심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사진설명=서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 등 서울·수도권 4곳이 지난 11일 'MB'표 주택인 보금자리 주택 건설을 위한 시범단지로 확정, 발표됐지만 12일 현지의 부동산 시장은 예상외로 잠잠하다.
투기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개발호재가 이미 반영돼 부동산 가격이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도시급으로 개발될 경기 하남 미사지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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