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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투기지역 해체 유보된 강남 주택시장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25 17:35

수정 2009.05.25 17:35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지만 정부가 투기지역을 풀지 않더라도 더 떨어지진 않을 겁니다. 투자자들도 버틸만한 여력이 있기 때문이지요. 다만 매수 매도 간 호가 격차가 커져 당분간은 거래가 위축될 것으로 봅니다.”(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

정부가 서울 강남권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풀지 않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했지만 25일 강남권 주택시장은 의외로 차분했다.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상태에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고점대비 90% 수준 육박…거래 주춤”

재건축단지인 강남구 개포주공과 서초구 반포동 한신아파트 등은 가격이 최고점의 90% 수준을 육박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발길이 주춤하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 42㎡는 현재 호가가 7억7000만원선으로 2006년 말의 최고가(8억원) 수준을 육박하고 있다. 49㎡도 9억5000만∼9억8000만원으로 최고가(10억5000만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개포주공1단지 인근 S공인 관계자는 “개포주공 49㎡의 경우 호가가 9억원대 후반에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9억원대 초반을 원해 호가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면서 “매수자들은 부담을 느끼고 매도자들은 버틸 여력이 있어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이 더 이상 오르기 힘들지만 시중의 부동자금이 꾸준히 강남권으로 들어올 여지는 있다”면서 “앞으로 자금여력이 충분한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강남권 주택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거래가 그만큼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초 10억원대 밑으로 빠졌던 대치동 은마아파트 113㎡는 호가가 다시 10억원대 초반으로 올라섰지만 거래는 다시 주춤하고 있는 상태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인근 E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이 빠지면서 가격이 꾸준히 올랐지만 투기지역해제가 물건너간 데다 여전히 소형의무 비율이 풀리지 않아 거래가 당분간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동의 재건축단지인 신반포한신1차아파트 92㎡도 현재 12억5000만∼12억7000만원까지 호가가 오른 상황에서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최고가격이 13억5000만원으로 현재 호가와 최고가 차이가 1억원 미만으로 좁혀졌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가격이 오르면서 이달 들어 매수자들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이미 급매물은 소진이 됐기 때문에 투기지역 해제 유보 방침에도 가격이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3중 악재’ 강남권 충격 없을 것

부동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세금규제와 일시적 가격급등, 정부의 투기지역 유보 방침 등의 ‘3중 악재’에도 강남권 주택시장에 별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급매물이 많이 빠진데다 매도자들도 비교적 자금에 여유가 있어 또다시 급매물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다. 급매물이 나오지 않을 경우 집값도 하락세로 돌아서기 어렵다.


서초구 반포동의 K공인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져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다시 생긴데다 급매물은 이미 소진됐기 때문에 매도자들도 버틸 여력이 생겼다”면서 “앞으로 매도자들이 버티기에 나서면서 매수 매도 간 호가 차이가 벌어지면서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2∼3주일 전부터 투기지역 해제유보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시장이 정부의 투기지역 유지 결정을 예견한 분위기였다”면서 “기대감으로 지금까지 가격이 올랐지만 매수자가 먼저 부담을 느끼고 있는 데다 정부가 다시 강한 규제 의지를 드러내면서 당분간은 소강상태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

■사진설명=정부가 올해 말까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대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유보키로 함에 따라 이들 지역 주택시장은 당분간 매수 매도 간 호가 격차를 벌리며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강남구 개포주공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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