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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업소 수난시대.. 중개수수료 할인 경쟁 점점 심해져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16 17:31

수정 2012.02.16 17:31

 #.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7년 넘게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한 박모씨(57)는 최근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원룸 전세를 구하는 세입자와 상담하던 중 자연스레 중개수수료 얘기가 나왔고 박씨는 법정중개수수료를 적용한 40만원보다 10% 이상 낮은 35만원을 제시했다. 그런데 세입자는 갑자기 노트북을 꺼내 인터넷검색을 하더니 해당 지역 또 다른 중개업소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 들어가 '중개수수료 30% 이상 할인'을 보여줬다. 박씨는 30만원까지 해주겠다고 말했지만, 세입자는 정중히 다음에 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나가버렸다.

 16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부동산경기침체 장기화로 주택거래는 줄고,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빠듯해지면서 일선 공인중개업소들의 중개수수료 할인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법정중개수수료는 지자체별로 금액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상한요율은 정해진 반면 최저요율이 따로 없어 중개인과 의뢰인 간 협의가 얼마든지 가능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서민들이 늘고, 한 건이라도 거래를 성사시켜 연명하려는 중개업소들은 몸값을 낮추고 있어 중개수수료 할인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중개수수료 할인경쟁 치열

 사례의 박씨는 "부동산경기가 호황일 때는 의뢰인이 중개수수료 상한요율에서 좀 더 돈을 보태 주기도 했다"면서 "경기불황으로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주택거래는 가뭄에 콩 나듯 하다 보니 중개수수료를 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알아 보니 이 지역에서 법정중개수수료의 절반까지 낮춘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신길동뿐 아니라 강남, 신촌 등 서울 곳곳에서 중개수수료를 깎아주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파트, 오피스텔 등 신규입주물량이 풍부한 곳에 자리한 중개업소들은 홈페이지, 인터넷 블로그 등에 관련 매물을 소개하면서 '중개수수료 할인'이라는 문구를 빼놓지 않고 있다.

 서울 마포에서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소형주택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중개업자는 "매수인, 세입자에게 중개수수료를 아예 안 받는 경우도 있다"면서 "집주인에게 중개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한 건이라도 거래를 성사시켜 먹고살려는 거 아니겠느냐"고 푸념했다.

 이어 "매매는 거래가 거의 안돼 포기상태이고, 그나마 거래되는 전·월세 세입자들을 잡아야 임대료라도 낼 수 있기 때문에 중개수수료를 낮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업소, 폐업 증가세

 유일한 수입원인 중개수수료를 낮추다 보니 문을 닫는 중개업소들이 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폐업한 전국의 공인중개업소는 1825개로 같은 해 4월 이후 최고치다. 이 중 70% 이상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몰려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610곳이 문을 닫아 5개월 연속 폐업하는 공인중개업소가 늘고 있고, 서울은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서울지역 공인중개업자 수는 2008년 8월 8만5508명에서 지난해 12월 8만3676명으로 2000명 가까이 줄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지난해부터 수도권·지방의 주택시장 양극화현상이 심화되면서 중개업소들도 지역에 따라 온도차가 심해지고 있다"면서 "수도권은 연초 비수기의 시기적특성과 정책혼란 등이 겹치면서 거래량이 크게 위축되고 있어 힘겹게 버티고 있는 중개업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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