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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시장 바뀌었다고 이렇게?”..뿔난 개포주공 가보니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16 19:11

수정 2012.02.16 19:11

"이곳이 허허벌판이었을 때부터 30년간 살았어요. 이제 좀 더 깨끗한 집에서 살고 싶고 결혼한 자식들 오면 잠이라도 한번 자게 해주고 싶은데 개포주공 주민들을 모조리 투기꾼으로 몰아가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프네요."(개포주공 주민 김모씨)

"서울시 발표 후 거래도 중단되고 가격도 1500만원이나 빠져도 안 팔리고 있어요.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개포동 반석공인 관계자)

서울시가 재건축 소형평형 확대 요구에 이어 이를 조례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개포지구 일대 재건축 단지 주민 등은 긴급회의를 갖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 방침에 대한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들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거래는 얼어붙고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개포만 겨냥한 형평성 문제"

16일 기자가 방문한 개포주공 일대는 만나는 주민마다 일제히 서울시의 소형평형 확대 요구에 대해 성난 목소리로 불만을 털어놨다. 개포주공 1단지 주민 이모씨는 "갑자기 기준을 바꾸는 것이 어디 있느냐"며 "시장이 바뀌었다고 행정의 일관성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분개했다. 이씨는 "지금 재건축을 막아놓으면 2~3년 후 주택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상승할 것이 뻔한데 장기적으로 서민들을 더 괴롭히고 도시도 슬럼화로 만들 것 아니냐"며 "기존의 2대 4대 4 원칙대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개포주공 주민 김모씨 역시 "서울시에서는 마치 개포주공 주민들을 모조리 투기꾼으로 보고 있는데 나 뿐만 아니라 이곳에 30년 이상 산 토박이들도 많다"며 "처음에 배밭 밖에 없는 허허벌판에 들어왔고 우리가 집값을 올린 것도 아닌데도 왜 우리를 이상한 잣대로 보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시의 소형평형 확대 요구에 개포지구 주민들이 더욱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재건축단지와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개포동 개포대왕공인 관계자는 "서울시의 소형주택 확대 요건이 모든 재건축 단지에게 똑같이 해당된다기 보다 60㎡의 소형주택으로 이뤄진 개포주공에 직격탄으로 작용, 형평성 관련 해당 주민들 불만이 큰 게 사실"이라며 "서울시에서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시민들 의견을 수렴한 후 발표했어야 할텐데 그같은 과정이 없어 설득력도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개포지구 일대 주민들은 강력한 대응을 한다는 방침이다. 개포주공1단지 조합 관계자는 "지금 조합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쳐 업무를 못할 정도"라며 "그동안 적법절차를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준비를 하면서 기존의 2:4:4 비율을 다 반영했는데 갑자기 바꾸는 것은 이해할 수 없어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개포주공재건축조합원 전체커뮤니티 개포사랑 까페 운영자 신동혁씨는 "공공성이라는 명목하에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삶을 개선하려고 하는 행복추구권은 짓밟을 수 없다"며 "서울시는 행정심의권을 이용한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으로, 사업을 지연시키는 금융비용까지 청구하는 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가이드라인대로 준비해왔기 때문에 원안고수를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1000만원 하락↓,"하락세 이어질 것"

서울시의 재건축 소형평형 확대가 발표된 후 거래도 일시적으로 얼어붙은 상황이다. 개포동 태양공인 관계자는 "발표가 나자마자 기존에 계약을 하려고 했던 사람이 미루거나 취소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며 "재건축 관련 정책을 종잡을 수 없어 당분간은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포동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가격은 1000만원 가량 하향 조정되고 있다. 개포동 반석공인 관계자는 "기존보다 1500만원이나 빠진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약보합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아직까지 조례를 바꾸지 않아 두고 봐야 하지만 당분간은 정책적인 불안감 때문에 관망세가 이어지고 가격도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박지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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