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경매 나온 집 고가 낙찰자가 세입자?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19 15:48

수정 2012.02.19 15:48

지난 6일 법원 경매에 처음 나온 서울 송파구 석촌동 배명씨앤디 75㎡는 감정가 3억7000만원에 그대로 낙찰됐다. 낙찰가율 100%로, 이 아파트를 가져간 사람은 다름아닌 보증금 1억9000만원에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다. 낙찰자인 세입자는 법원에 보증금 상계처리를 신청했고 낙찰금액에서 보증금을 제외한 1억8000만원을 지난 13일 납입해 집주인이 됐다.

 집주인이 은행 빚을 제때 못 갚아 경매에 부쳐진 집을 세입자가 고가에 낙찰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9일 경매업계와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에서 세입자와 낙찰자 이름이 같은 낙찰건수는 지난달에만 29건에 달한다.

 지난해 8월 18건을 저점으로 증가세다.
수도권 전체 낙찰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2월 3.1%에서 지난달 3.8%로 높아졌다.

 ■세입자 고가낙찰 잇따라

 세입자가 낙찰받는 사례 대부분이 서울지역 평균 낙찰가율에 비해 고가낙찰이 많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 8일에는 서울 마포구 도화동 삼성아파트 7㎡(지분경매)가 낙찰가율 100%에 세입자에게 돌아갔고 지난달에는 마포구 중동 성산2차현대아파트 114㎡, 중랑구 중화동 태릉시장주상복합 82㎡ 등이 세입자가 감정가를 그대로 써내 낙찰받았다.

 낙찰가율 90% 이상에서 가져가는 세입자들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신사동 루덴하우스 84㎡에 이어 지난 14일 낙찰된 논현동 논현두산위브 110㎡ 등은 세입자가 감정가의 90% 넘는 금액으로 낙찰받았다.

 서울지역 낙찰가율이 지난달 78.0%, 2월은 16일 현재 79.8%로 여전히 80%를 밑돌고 있고 주택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유찰 1~2회 이후 감정가보다 30~50% 낮은 저가에 낙찰받는 일반적인 경우와 비교하면 낙찰가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실거주 목적 낙찰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세입자가 배당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리면 보증금 모두를 건질 수 있을지 불투명한 것도 이유로 꼽지만 무엇보다 자금력이 있어야 하고 시세나 주거 여건이 양호해야 직접 경매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실거주 목적이 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은 "세입자가 낙찰받는 경우에는 낙찰금액에서 보증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법원에 납입하면 되기 때문에 자금 여유가 있는 임차인 중심으로 살고 있는 집을 낙찰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무엇보다 다른 사람이 낙찰받으면 보증금 일부를 떼일 수 있는 리스크가 있는 데다 다른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등 골치 아픈 명도과정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주거 여건이 괜찮고 저평가됐다고 판단되면 직접 경매에 참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김연화 부동산팀장은 "일반적으로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실거주 목적이 강한 세입자들은 직접 살고 있기 때문에 주거의 편의성과 입지, 가격경쟁력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다른 사람이 낙찰받으면 이사비용, 중개수수료뿐 아니라 다른 전셋집으로 이사하면 전세난으로 전셋값을 올려줘야 하는 등 비용부담이 적지 않아 세입자 입장에서는 차라리 낙찰받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