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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자] (7) 해외건설 컨트롤타워 만들자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04 17:01

수정 2013.08.04 17:01

[건설·부동산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자] (7) 해외건설 컨트롤타워 만들자

지난 4월 초 우리나라가 3년 넘게 공들여온 터키 원전 프로젝트 수주가 돌연 일본에 넘어가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총 사업비가 천문학적 규모의 초대형 사업인 이 프로젝트는 2011년 말까지만 해도 한·터키 정상의 서명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국내기업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원전기술력도 우리나라가 앞섰는데도 동일본 원전사고로 국제적 신뢰를 잃어버린 일본에 수주를 내준 것은 금융조달능력 차이 때문이었다. 우리나라가 금융조달 문제를 놓고 터키 정부와 실랑이를 하는 사이 일본이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워 결국 승패를 뒤집은 것이다.

일본의 이 같은 수주는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사업에서 우리나라에 고배를 마신 후 원전 수출 전담 합자회사를 세우는 등 민관이 똘똘 뭉쳐 경쟁력을 키운 결과물이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일본에 터키 원전 사업을 뺏기면서 UAE 원전과 달리 정부 보증도 없어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 사업을 따내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친 일본은 바보냐"며 "터키 원전은 해외시장 선점을 위한 정부 의지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있느냐 하는 데서 승부가 갈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건설업계가 대규모 투자개발형 사업을 하려 해도 금융조달 때문에 애를 먹는 반면 일본과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전략적 지원에 나서 해외시장에서 갈수록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해외시장 2020년엔 2배까지 팽창

4일 국토교통부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해외건설 시장은 지난 2010년부터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2006년부터 6000억달러대를 기록하던 해외건설 시장은 2010년 7000억달러, 2012년에는 8000억달러까지 확대됐다. 2020년에는 1조5400억달러로, 올해(800억달러)의 두 배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동지역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4000억달러 규모의 2010~2014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UAE가 2000억달러 규모의 아부다비 2030계획, 쿠웨이트가 1000억달러 규모의 2010~2014 개발계획, 이라크가 2000억달러 규모의 2010~2015 국가개발계획 등이 줄지어 발주 대기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가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싱가포르가 440억달러 규모의 물류·석유화학 프로젝트, 태국이 360억달러 규모의 물·고속철 사업, 카자흐스탄이 270억달러 규모의 교통·석유·가스 프로젝트 등을 계획하고 있어 앞으로 해외에서 큰 장이 서게 된다.

■일본·중국 등 정부가 전폭적 지원

이에 따라 일본, 중국 등 주변 경쟁국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정부의 체계적 지원을 통해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범정부 차원에서 패키지형 인프라 수주를 위해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패키지형 인프라 해외전개 촉진 프로그램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건별 수주경쟁이 아니라 개발 마스터플랜 작성 단계에서 정부가 관여해 엔차관 등 장기자금을 전략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6월 1조엔 차관 제공을 포함, 인도네시아에서 자카르타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은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인도에서 제12차 5개년 계획을 일본과 공유하기로 하고 신칸센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 등 전략지역에 차관을 제공하거나 직접투자 등에 집중하는 방식을 통해 해외건설 수주로 연결시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중국·아프리카 협력 정상회의에서 인프라, 농업, 중소기업 부문에 200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앞서 2011년에는 아프리카 50개국에 150억달러를 직접 투자하기도 했다.

■국내기업 금융조달 못해 기회 놓쳐

주변 경쟁국이 정부 차원에서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체계적이고 전략적 방법을 동원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발걸음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 초 해외건설을 총괄·조정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고작 해외건설진흥위원회를 현재 차관 주재 국장급 회의에서 장관 주재 차관급 회의로 격상한 게 전부다. 또 정부가 관련 정책을 펴고 있지만 중소기업수주지원센터, 해외건설협회 지부, 수주지원단 파견, 건설공제조합 보증 등 일부 정책은 활용도와 인지도가 극히 낮아 업체들에 제대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국내 건설시장이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면서 해외건설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금융조달, 전문인력 확보, 기술력 향상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외건설 시장이 최근 금융조달이 수반된 발주 확대로 중소기업은 보증, 대출 등 금융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주에 실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실제 중견 A사는 수년 전 쿠웨이트에서 12억3000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도로공사 수주를 거의 확정하고도 국내 보증을 못 받아 수주를 놓치기도 했다.

국토부가 올 초 대기업 16개사를 비롯한 43개사 해외건설 관계자 48명을 대상으로 해외사업 때 가장 필요한 개선사항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26%가 '금융조달 어려움'을 꼽았다.
이를 대변하듯 주로 무역을 담당하는 수출입은행의 2011년 해외건설 분야 대출·보증 실적은 전체의 23.3%, 무역보험공사는 4.9%에 그쳤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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